「IT업계의 미다스 손」 김익래 다우기술 회장이 최근 IT업계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김 회장은 최근 출범한 한국ASP산업 컨소시엄 초대 위원장으로 선출된 데 이어 지난 24일 다우기술 정기주총에서 자기의 분신이나 다름없었던 다우기술의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이 두 사례는 과거 김익래 회장을 지켜봐왔던 주변 사람들이나 IT업계 종사자들에게는 하나의 사건처럼 받아들여진다.
김 회장은 항상 IT업계의 중심에 서 있으면서도 대외적인 활동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단 하나의 관심은 오직 「다우」였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일에 대한 열정 때문에 다우기술을 모기업으로 총 16개 기업에 이르는 다우가족군을 형성할 수 있었고 국내 IT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그룹으로 성장하는 직접적인 배경이 됐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우 외에는 시선을 돌리지 않았던 김 회장이 ASP컨소시엄 위원장 자리를 맡았다는 것은 이제 그의 가치관과 신념이 바뀌었음을 시사해주는 단초가 된다.
『그동안 다우의 직함 외에 공식적인 자리를 맡은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이번 ASP컨소시엄 위원장이 첫번째 대외적인 활동일 겁니다. 국내 IT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ASP사업이라는 것이 분명해진만큼 국내 ASP산업 발전을 위해 조그만한 일이라고 해보고 싶습니다.』
이제 다우라는 울타리를 넘어서겠다는 김 회장의 의지가 나타나는 대목이다. 그의 말 대로라면 이제 사적인 일에서 벗어나 공적인 일을 해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같은 의지를 24일 정기주총에서 대표이사 자리를 물러나는 것으로 나타냄으로써 일회성이 아님을 입증했다.
김 회장은 다우기술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 곧바로 짐을 쌌다. 경영현장에서 떠나면서 구태여 자리를 보전한다면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게 간접적이나마 누를 끼칠 것 같아서라는 게 김 회장의 변이다.
『다우기술을 창업한 지 15년이 지났습니다. 영업맨으로 회사를 세워 현재의 다우기술을 만들었지만 이제 규모가 커진만큼 전문경영인이 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하나 이유를 꼽으라면 다우기술의 매출과 조직이 커져 창업당시의 벤처정신이 퇴색하지 않았나 하는 우려도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로 자신이 물러나는 이유를 정리한 김 회장은 이제는 새로운 일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다우기술의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앞으로 사이버증권사인 키움닷컴에 새로운 둥지를 튼다. 증권사는 벤처와는 동떨어진 관행을 갖고 있지만 키움닷컴을 벤처정신으로 충만한 회사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것이 현재 김 회장이 가진 1차적인 목표다.
오래 전부터 물러나야 할 시기를 생각해왔다는 김 회장에게 ASP컨소시엄 위원장 자리는 그동안 IT업계에서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
『ASP가 중요한데도 최고경영자들의 ASP에 대한 이해는 크게 부족한 것같습니다. 컨소시엄을 통해 ASP관련 표준을 제정하고 비즈니스모델 특허화, 해외기업들의 특허공세에 대비하기 위한 해외협력, 방어전략 수립, 벤처기업들의 세계화를 적극 지원할 생각입니다.』
김 회장은 ASP컨소시엄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재산도 기꺼이 투자할 생각이며 그동안 그렇게 기피해왔던 기자들과의 만남도 수시로 갖겠다고 새로운 일에 강한 열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최근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는 벤처기업들이 올바로 나아갈 수 있도록 컨설팅과 함께 가이드 역할도 해주고 싶다며 앞으로의 해야 할 새로운 일들을 하나씩 꼽았다.
국내 최고의 기업평가기관을 만들고 싶다는 기업가로서의 소망과 재단을 만들어 소외된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다는 개인적인 소망도 피력하기도 했다.
벤처기업가의 도덕성에 질타를 가한 김 회장은 『왜 벤처기업을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필요하다』며 벤처기업의 꿈인 상장도 진입장벽은 낮추되 사후관리는 철저히 해야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하는 모습이 아름답다는 말처럼 벤처기업을 국내 굴지의 IT전문그룹으로 발전시킨 김 회장의 변신은 아름다운 일임에 틀림없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자본주의의 원리를 직접 실천에 옮긴 그는 다우기술을 떠나는 날 「시원섭섭하다」는 말로 지난 15년을 정리했다. 그렇지만 다우기술이 상장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회고하는 김 회장은 『다우기술이 앞으로 건전성과 경쟁력, 공익성, 인적자원 등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다우기술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나타냈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