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전자상가에 이어 국제전자센터·테크노마트 등 잇따른 신흥 전자상가 등장으로 그간 상권이 크게 위축됐던 세운전자상가가 최근 다시 살아나고 있다.
테크노마트나 용산전자상가만큼 인파가 몰리는 것은 아니지만 장년층의 발길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전자부품상을 중심으로 상권을 형성해가면서 기업체 관계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세운상가에서 화려했던 옛 모습은 찾아 보기 힘들다고 말하지만 이제 세운상가에도 경기 회복세를 타고 서서히 변화의 물결이 밀려들고 있다.
◇현황=가전을 비롯해 컴퓨터를 주로 취급했던 과거와는 달리 세운전자상가는 요즘 전자부품 업체들의 입점이 붐을 이루고 있다. 컴퓨터 취급업체들이 용산이나 테크노마트 등 이른바 뜨는 상가들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 자리를 부품업체들이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부품업체들이 하나둘씩 입점하면서 IMF를 맞아 속속비어있던 가게들도 이제는 빈자리를 찾아 볼 수가 없어졌다.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전업체들이 아직도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전자부품전자상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부품업체들이 많이 입점하고 있는 상태다.
이들 전자부품상들이 입점하면서 상가의 경기도 한층 좋아졌다. 예전의 전성기만큼은 못하지만 상인들이 내놓는 가게가 없을 정도로 상황이 호전된 것이다.
가전제품판매상들도 혼수시즌과 맞물려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가전의 경우 예전부터 도매를 중심으로 판매하면서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여타 상가들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처럼 상가를 방문하는 고객들이 늘어나자 상가 주변도 활기를 보이고 있다. IMF를 지나면서 한때 사라졌던 잡화·소형전자제품들을 취급하는 노점상들이 속속 다시 돌아오고 있어 상가주변도 약간 혼잡스럽기는 하지만 사람들로 북적대는 모습이다.
상가 맞은 편에 있는 공원에도 노인층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늘어나자 노점과 이동 오락장 등이 자리를 메우고 있어 새로운 상권이 형성될 정도다.
◇과제=하지만 이런 경기회복 속에서도 세운전자상가의 미래가 꼭 밝지만은 않다. 내점하는 고객들이 30대 이후의 중장년층이 대부분이어서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른 청소년들을 잡지 못한다면 노후된 상가 이미지를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낙후된 건물과 부대시설도 상당한 장애물이다. 매장 전체를 볼 수 있는 오픈매장에 익숙해져 있는 고객들이 쇼핑을 하기에는 상점마다 일일이 벽과 문이 있는 매장은 불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복잡한 내부구조로 인해 자칫 길을 잃어버릴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어 아늑하고 편안한 쇼핑을 원하는 고객들을 잡기에는 내부 환경이 좋지 못하고 주차 공간도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전망=이런 점들을 감안해 요즘 건설회사 몇 곳이 파격적인 조건으로 세운전자상가의 내부구조 변경을 제안해왔다. 사통팔달의 교통요지에다 전통이 서려있는 곳이기에 옛 명성을 되찾을 충분한 잠재력이 있고 세운전자상가가 부흥한다면 단일 상가의 경기회복이라는 의미뿐 아니라 종로 상권 전체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면적인 재건축은 아니지만 내부구조만이라도 초현대식으로 변경하자는 제안은 상인들로서도 매력적인 것임에 틀림없다. 부흥을 위한 마지막 승부수가 될 수도 있는 제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협상은 쉽사리 타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세운전자상가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입점 상인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입점상인들간의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하게 얽혀있는데다 구 현대상가를 관리하는 금강개발의 태도도 분명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결국 입점상인들과 관리회사가 상가발전과 상권회복을 위해 대승적인 차원에서의 합심을 이뤄낸다면 상가부흥의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엄성섭기자 smartgu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