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2>
『내일 중국에 가는데, 가서 사흘 뒤에 올 거야. 그 동안 자네가 구조조정 총대를 매주겠나?』
나는 윤대섭 실장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말했다. 나는 회사 간부들과 단독으로 식사하는 일은 가급적 하지 않았다. 일이 있으면 회의에 부치거나 공론화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일만은 비밀리에 처리해야 했고, 그 사안이 매우 민감한 것이었기에 연구실 책임자와 상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윤대섭은 연구실 실장이면서 기술 전담 이사였다.
『연구실 기술자를 자르는 일입니까?』
『그 길밖에 없을 것 같아. 그러나 홍보실도 없애고, 총무부도 축소하고, 관리직 일부도 축소할 예정이야. 그러나 연구실 직원이 가장 많이 추려지게 되는데.』
『몇 명입니까?』
윤 실장은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반은 내보내야 될 듯해.』
『지금 연구하고 있는 장거리 감시장치 시스템 개발에 차질이 있을텐데요.』
『반은 잘라야 해. 어쩔 수 없잖아. 현재로서 월급도 제대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입장에 모두 껴안고 있다가 도산하면 모두 죽는 것이잖아.』
모두 죽는다는 말에 윤대섭은 말을 잊고 가만히 있었다. 기반이 탄탄한 회사로 자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흔들리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것은 주로 기업체를 상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기업체들이 흔들리자 연쇄 반응을 일으킨 것이다. 수주 맡은 일이 중단되는 것뿐만 아니라 수금도 되지 않았다. 어음조차 쉽게 할인되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최악의 상태에 처한다.
『스무명을 내보냅니까? 그 명단을 저보고 마련하라고요?』
『자네가 추렸다고는 안할테니 일단 자네가 뽑아 보란 말이야. 연구실 직원의 성분은 나보다도 자네가 더 잘 알 것이 아닌가.』
『추리는 데 원칙은 있습니까?』
『그것도 자네가 세워. 기술력을 우선하든지 성실성을 우선하든지, 아니면 자네가 미운 놈을 내보내든지, 알아서 하란 말이야.』
윤 실장은 피식 웃었지만 눈물이 글썽했다. 눈이 축축하게 젖는 것은 그가 데리고 있던 기술자들을 내보낸다는 생각을 하자 가슴이 메어왔던 것임이 틀림없었다. 그 생각을 하면 나 역시 목이 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