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어느 개인이나 단체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내용이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내용이 인터넷상에 유통되고 있다면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누구를 상대로 무슨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 하는 문제가 현실로 다가온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러한 침해행위는 e메일 또는 BBS에 올리는 의견의 형태를 취할 수도 있으며 때로는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사진의 형태로 어느 홈페이지에 업로드되는 경우도 있을 터인데,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하는 점은 침해자가 가명이나 익명으로 이러한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가 허다해 이를 추적한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내 및 외국에서의 논의를 보면 주로 이 경우에 홈페이지 운영자, 시스템 운영자(시솝), ISP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인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이러한 논점에 대해 1997년 5월 26일 도쿄지방재판소의 판결이 나와 뜨거운 공방을 벌인 바 있는데, 사안은 다음과 같다.
원고는 니프티 서버의 회원이었고 피고1은 「니프티」라는 퍼스널 컴퓨터 통신사업 또는 정보제공업을 영위하는 회사고, 피고2는 니프티 서버의 현대사상 포름의 시솝역할을 담당했던 자고 피고3은 위 포름을 통해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던 사안이었는 바, 원고는 주장하기를 피고1은 니프티 서버의 주재자로서 피고2를 지도해 본건 명예훼손내용을 삭제시키든지 스스로 삭제조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않았다는 점, 피고2에 대해서는 이러한 내용을 즉시 삭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치했다는 점을 들어 각각 손해배상 청구를 했고 도쿄지방재판소는 이러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여 피고 3명 전부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안이다.
유사한 사안에서의 미국 사례를 보면 큐비 대 컴퓨서브 사건(1991년)에서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였던 컴퓨서브에 큐비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올랐는 바 이에 대해 미국 법원은 컴퓨서브는 이러한 내용에 대한 편집권이 없고 이러한 내용이 올랐다는 것을 알 수도 없었다는 것을 근거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그후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가 불레틴 보드에 대해 충분히 컨트롤 할 수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명예훼손 내용에 대해 책임을 물은 판결(스트래턴 오크몬트 대 프로디지서비스, 1995)이 나와서 또다시 미국 법조계에 이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촉발시킨 바 있다. 그 이후 이러한 논의의 산물로서 1996년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을 매우 제한적으로만 인정하는 내용의 「Communications Decency Act」를 만들어 사실상 위 스트래턴 오크몬트 판결은 입법에 의해 폐기되는 운명이 되어버렸다.
서울 민사지방법원도 최근 이러한 사례에 적용될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을 제시하는 매우 의미심장한 판결을 내린 바 있고(상세한 내용은 다음회 ISP책임에 대한 논의를 할 때 설명하기로 하고) 이와 관련된 논의는 지속적으로 되어야 한다.
온라인 서비스제공자 또는 홈페이지 운영자가 제3자의 위법한 내용의 업로드로부터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용자들과의 이용 약관(리갈 페이지라고 불리기도 한다)을 철저히 작성해 가능하면 모든 책임을 계약에 의해 이용자들에게 전가시킬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서도 이러한 약관이 계약으로 효력이 있는지 여부, 즉 여러가지 내용이 나열된 후 「I agree」를 클릭하면 다음의 내용으로 들어가는 형태 또는 클릭하지도 않고 들어가는 형태의 약관이 과연 당사자를 구속하는 계약으로서 효력이 있을 것인지 하는 문제는 지속적인 논의의 대상이다. 여하튼 이러한 약관을 잘 꾸미는 일이 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작업이라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변호사·swhan@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