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385) 벤처기업

IMF<3>

『사장님이 결정해서 저에게 통고해 주십시오.』

윤대섭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꼬리를 사렸다.

『나보다 자네가 기술자 성분을 더 잘 알 것이 아닌가.』

『성분에 대한 자료는 드리겠습니다.』

『왜 그래? 못하겠다는 거야?』

『제가 데리고 있던 애들이라 자르기가 그렇습니다.』

『그 애들이 내 사람은 아니었던가? 정든 것은 나에게도 마찬가지야. 내가 중국에 다녀오는 동안 명단을 만들어 제출하게.』

못마땅해하는 윤 실장에게 나는 강하게 지시했다. 실제 윤 실장은 기술자들의 성분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나는 기술 연구보다 경영 일선에서 뛰었기 때문에 기술자 개개인의 성분이나 능력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기준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일부에서는 월급이 적은 신진들은 그대로 두고 월급이 많이 나가는 퇴계들을 추리는 것이 공식화되고 있었다. 그러한 기준도 실제 회사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였다.

회사 간부에게 구조조정을 지시하고 나는 북경으로 날아갔다. 김포 공항에 가득 끼어 있던 안개는 바다를 지나면서 사라졌다. 중국 대륙으로 들어서자 처음에는 산악이 보이다가 북경 부근으로 접근하면서 평야가 펼쳐졌다. 봄이라고 하지만 날씨는 아직 싸늘했다. 유 회장의 사무실에서 직원 한 명이 승용차를 가지고 공항에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비행기가 북경 공항에 도착한 것은 점심 무렵이었다. 북경 호텔에 가서 지사장 진 박사와 점심 식사를 하였다. 수리부의 설진유 차관과는 저녁 식사 스케줄이 잡혀 있다고 하였다.

『한국이 IMF 관리체제에 들어갔다면서요?』

진 박사가 말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말을 하면서 항상 미소를 지었는데 항상 웃는 얼굴과는 달리 그의 성품은 날카로웠다. 웃는 표정은 자신의 날카로운 품성을 가리기 위한 방편으로 보였다.

『망신이지요. 거품 경제가 몰고 온 결과라고 봅니다.』

『그러나 한국 경제는 그렇게 우려할 만한 것은 못된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미국의 농간이 아닙니까? 한번 조여보는 것이 아닌가요? 경제 패권을 누리려면 가끔 그런 경고를 하는 것이지요. 그것이 바로 제국주의적인 특성입니다. 중국에도 은근히 위협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간파하고 이미 대비하고 있지요.』

『중국마저 IMF에 들어가면 아시아는 초죽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