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 업계, 새이름 찾기에 고민

시스템통합(SI) 업계가 새봄맞이 몸 단장에 나섰으나 마땅히 입을 만한 옷이 없어 고민이다.

대부분 연내에 코스닥 등록을 추진하고 있는 SI업체들 사이에 회사 이름 바꾸기 작업이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 하지만 SI업계 특성상 새이름 짓는 작업이 생각처럼 쉽지 않아 목하 고민중이다.

현재 그룹계열 SI업체들의 이름 앞에는 우선 그룹명이 붙고 그 뒤에 「∼정보기술」 「∼데이터시스템」 「∼정보시스템」 「∼정보통신」이 따라 붙는 게 대부분이다. 사람 이름에 비교하면 「순자」나 「철수」만큼이나 평범하다. 따라서 「∼닷컴」이나 「∼텔」 수준은 아니더라도 인터넷과 e비즈니스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이름이 필요하다는 게 SI업계의 판단이다.

하지만 SI 업계의 진짜 고민은 뒤쪽 이름 부분이 아니라 앞쪽 「성(姓)」이다.

『원활한 외부사업 추진과 이미지 쇄신을 위해서는 앞에 있는 그룹명까지 아예 빼야 한다』는 게 SI업계 내부 목소리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에는 그룹명을 빼면 오히려 코스닥 등록시 주가도 훨씬 높이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도 섞여 있다.

하지만 그룹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 SI업체들로서는 그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난해 연말 제일씨앤씨에서 이름을 바꾼 CJ드림소프트(대표 우광호)는 의외로 문제를 쉽게 해결한 편이다. 제일제당이 그룹 차원에서 식음료 전문업체 이미지를 벗기 위해 「CJ」라는 통일된 로고를 제시했기 때문.

하지만 정보통신 분야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일반 그룹 계열의 SI업체들은 여간 고민스럽지가 않다. 지난 연말에 이름을 바꾼 동양시스템즈의 한 임원은 『과거 동양시스템하우스 시절에는 부엌가구에 대한 문의전화도 자주 왔다』고 할 정도로 회사 이름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았다.

그래서 한달 전 강남 도곡동으로 본사를 이전한 신세계I&C(대표 권재석)는 회사명 변경 여부를 놓고 아직까지 저울질만 하고 있다. 최근 사명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 농심계열 SI 업체인 농심데이타시스템(대표 김용서)은 아예 전사원을 대상으로 새로운 회사 이름을 공모중이다.

이러한 회사 이름 바꾸기 고민은 대형 SI업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현대정보기술(대표 표삼수)이 회사 이름 변경 때문에 몇달째 씨름하고 있으며 지난해 대우로부터 독립, 본격적인 CI작업에 착수한 대우정보시스템(대표 김용섭)도 새로운 회사 이름 앞에서 벽에 부닥쳤다.

그래서 현재 거론되고 있는 가장 유력한 대안이 「삼성SDS」식 이름짓기다. 그룹명 뒤에 기존 회사이름의 영문 약어를 붙이는 방법이다. 하지만 삼성SDS라는 이름도 자세히 보면 삼성의 영문 이니셜인 「S」가 두번 중복된다. 하지만 그룹사에 발이 묶여 있는 SI업체들로서는 그래도 이 방법이 가장 괜찮은 대안으로 여기고 있다.

조만간 새로운 사명을 공표하는 한전정보네트웍(대표 정연동)도 내부적으로 「한전KDN」을 신규 회사명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현재 사명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 다른 그룹 SI업체들도 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벤처업체들과 힘겨운 경쟁 앞에서 회사이름 하나도 마음놓고 튀어볼 수 없다』는 게 그룹계열 SI업체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