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벤처지원 포럼]여성벤처기업의 활성화 방안

전자신문사와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공동주관하는 벤처지원포럼(회장 오해석)이 지난 27일 오후 5시 여의도 기협중앙회 회의실에서 「여성벤처기업의 활성화 방안」이란 주제로 열렸다. 백만기 김&장법률사무소 변리사(벤처지원포럼 부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포럼에서는 최준영 중소기업청 벤처기업국장, 홍순영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상무, 용환승 이화여대 정보통신창업지원센터장(컴퓨터학과 교수), 이영아 여성정보화포럼 회장(컨텐츠코리아 사장), 이봉순 여성벤처기업협회 부회장(대성메디테크 사장), 이영남 이지디지탈 사장, 김양신 제이씨엔터테인먼트 사장 등이 참석, 여성벤처기업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이날 토론내용을 요약·정리한다. 편집자

△백만기(사회·벤처지원포럼 부회장)=여성들이 벤처업계에서 돌풍을 몰고 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사회 전반적인 여건이 여성벤처기업인들에게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오늘 포럼에서는 여성벤처기업인들이 현장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짚어보고 여성벤처인들의 창업에 도움이 되는 정책마련 및 인프라구축에 대해 토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여성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느끼는 불이익은 무엇인지 벤처기업을 경영하는 분들의 말씀부터 들어보도록 하지요.

△이영남(이지디지탈 사장)=여성기업이 실질적으로 경험하는 불이익은 많습니다. 육아문제, 가족의 정서적인 측면, 가사부담 등 가부장적인 사회속에서 여성기업인들이 사업을 하기에는 각종 문화적인 배경 및 인프라가 너무 부족합니다. 특히 정보공유를 위한 인적네트워크의 구성이 가장 어렵습니다. 따라서 인프라가 어느정도 구축될 때까지는 여성기업인들을 위한 인적네트워크를 정부 및 각종 기관에서 만들어줘야 합니다. 네트워크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술에 대한 우월성 하나만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기는 너무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해외 투자펀드를 활용하고 핵심부문을 제외한 주변부문의 아웃소싱을 추진하는 등 기업이 추진해야 하는 부분 말고도 인적 네트워크 및 문화적 네트워크 구축에 정부가 나서줘야 합니다.

△이봉순(여성벤처기업협회 부회장·대성메디테크 사장)=저는 여성벤처기업인으로서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기보다는 많은 정책과 제도속에서 특혜를 받은 경우입니다. 여성기업인으로서 기업운영과 기술개발 및 ISO 등 각종 인증을 받기 위한 자금지원은 물론 수의계약에 대한 가점 등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아직까지도 기존의 접대문화 등에 따른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저도 올해 초 코스닥시장이 급락하자 정부가 지분투자를 한 투신사들이 투자하려고 했던 부분을 갑자기 철회하는 등 여성기업인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여성기업뿐만이 아니고 모든 기업에 해당하는 사항이겠지만 성공의 핵심 포인트는 전문 기술력 확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진정한 기술력을 갖는 기업들이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여성이기 때문에 약하다는 인식을 우선 타파했으면 합니다. 반면 여성기업인이기 때문에 회계처리 등의 섬세한 부문에서는 오히려 강점을 가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성벤처기업인들은 강점을 최대한 살리는 동시에 우월한 기술력을 갖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용한승(이화여대 정보통신창업지원센터장·컴퓨터공학과 교수)=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여성인력의 활용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성창업인 수도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이런 문제는 최고경영자가 되겠다는 여성의 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또 여성 엔지니어라면 왠지 좋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풍조가 만연돼 있습니다. 그러나 미래는 여성엔지니어들이 활약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따라서 여성 창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여성엔지니어 육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특히 정보통신의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여성인력이 더 우수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여성 엔지니어를 육성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인 면에서의 뒷받침이 있어야 합니다.

또 여성벤처기업의 양산을 위해서는 여성의 관리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 중에서도 부하직원 통솔능력을 함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여성 스스로의 인식전환이 우선돼야 합니다.

△김양신(제이씨엔터테인먼트 사장)=가정에서의 경험이 오히려 여성창업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전업주부로 잠시 산업현장에서 떨어져 있던 여성들이 창업을 위해 컴백을 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입니다. 때문에 이들이 산업현장으로 돌아오는 계기와 실력을 제공할 수 있는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현재 정부나 다른 기관들이 추진하고 있는 여성취업 확대 및 창업유도 정책을 접근방식 자체부터 바꿔야 합니다. 창업을 한 기업인들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창업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 데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정책적인 여성차별도 없애야 합니다. 여성기업이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대출받으려 할 경우 아직도 남편의 서명을 요구합니다. 기업인의 경우에도 여성은 남성의 보증을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이는 전형적인 성차별이며 역차별이기도 합니다. 또 기업인으로서 생명보험을 들 경우에도 여성 개별적으로는 생명보험 가입이 안됩니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사회제도는 제자리 걸음입니다.

이와 함께 여성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업마다 육아실을 설치하도록 하는 법안 마련이 시급합니다. 선진국처럼 이제 우리나라도 여성의 경제활동 인구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여성의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육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할 시점에 이르렀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성기업을 우대한다기보다는 공정경쟁을 위한 사회구조적인 문제해결이 올바른 접근법이라고 봅니다.

△사회=현실적으로 공감가는 문제점의 지적과 대안제시였습니다. 행정편의적, 전시적인 정책보다는 당장 피부에 와닿는 작은 문제들을 개선해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오히려 여성인력활성, 여성벤처육성의 기반이 된다고 생각됩니다. 정부는 법·제도 등을 정비해가는 과정에서 수시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반영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영아(여성정보화포럼 회장·컨텐츠코리아 사장)=기업을 하는 3년 동안 저는 도움과 어려움 양 측면을 모두 경험했습니다. 여성벤처기업을 육성하는 데는 장기적인 전략과 단기적인 전략이 모두 필요할 것입니다. 여성들한테 지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아직까지 어느정도는 도움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기술담보를 이용할 수 있는 토대는 마련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초기 기업의 경우 기술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 관례입니다. 따라서 은행에서 담보를 요구할 때 대책이 없습니다. 기술평가센터의 기술 평가치를 담보로 인정, 자금을 지원해줄 수 있는 폭넓은 정책의 활성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또 여대생, 그리고 사회에 컴백하려고 하는 주부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합니다. 여성기업들에 대한 별도의 기술공모전 등을 통해 창업자금 등을 지원하는 기회를 마련해 핵심솔루션, 기술개발을 갖춘 여성기업의 활성화를 유도해야 합니다. 실질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기회를 정부가 만들어줘야 합니다.

△홍순영(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상무이사)=앞으로는 중소기업의 시대, 특히 여성기업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러 가지 애로사항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비즈니스 문화가 변하고 있습니다. 즉 접대문화에 익숙한 「술자리 비즈니스시대」는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여성벤처기업들을 보호, 육성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이같은 토대 위에서 장·단기적인 종합적 대책마련이 이뤄져야 합니다. 정부차원에서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기간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오늘 지적된 문제들은 여성기업인에 대한 문제만이 아닙니다. 사회전반적인 구조상의 개선사항들이라는 측면에서 접근이 이뤄져야 합니다.

△최준영(중기청 벤처기업국장)=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인력들의 활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국제적인 경제력을 갖출 수 없습니다. 정부도 우리나라의 여성취업률이 최하위라는 문제를 파악,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은 여성취업 및 여성벤처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에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벤처정책에 있어 여성벤처에 대한 특별한 우대정책이란 것은 없습니다. 정부의 정책은 시장논리에 맡기고 관여하지 말자는 게 기본입장입니다. 시장경제의 기본 틀을 지키자는 것입니다. 실제로 벤처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자금지원책 등이 없는 게 현실입니다. 정책자금이 없어도 잘 이뤄지고 있는데 특별히 정부가 나서서 도와줄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정부의 정책은 벤처기업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한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정부가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시행령 제정 등을 통해 여성기업에 대한 우대정책 등을 펴고 있듯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습니다.

△사회=포럼에서 지적된 사안들이 여성창업에 국한된 측면만은 아닙니다. 전체적인 여성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탁아, 보육제도 등에 대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 여성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여성벤처기업인들을 육성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 등을 마련해야 하며 네트워킹 구축, 실무적인 측면에서의 문제 등에 대해서는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나온 이야기들이 올바른 정책으로 반영된다면 한국 여성벤처기업들이 세계로 뻗어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고맙습니다.

<정리=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