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의 판매정책을 단순히 집행하는 대리점 역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외국계 IT업체들이 대대적인 변신을 꾀하고 있다.
한국오라클·한국SAS·한국인포믹스·한국BMC·한국노벨 등 주요 외국계 IT 현지법인들은 이제까지 본사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국내 시장에 적용하는 역할만 해왔으나, 최근 들어 국내 업체와 합작, 벤처기업을 설립하거나 지분참여에 나서는 것을 비롯해 자회사 설립, 기업공개(IPO)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들 업체는 인터넷 등장으로 전세계 IT질서가 크게 재편되고 있는 데다 한국이 인터넷산업의 주요 성장국가로 떠오르면서 기존과 같은 지사 역할만으로는 변화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고 보고 이같은 변신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벤처열풍으로 외국계 기업의 신화가 무너지고 직원 동요 및 이탈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이같은 움직임이 외국계 IT업체 사이에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다. 이들 업체는 독자적인 국내 기업 투자를 통해 생긴 지분 일부를 직원들에게 배분해 인력유출을 방지하는 한편 외국계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재정립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한국SAS(대표 안무경)는 최근 인터넷 고객관리(eCRM) 및 BI ASP사업을 위한 자회사인 SAS컨설팅을 설립했다. SAS컨설팅은 자본금 1억원으로 한국SAS 및 내부 직원이 50%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조만간 코스닥 등록을 통해 전직원이 골고루 혜택을 얻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대표이사는 안무경 사장이 함께 맡고 있으나 조만간 전문경영인을 외부에서 영입할 예정이며 사명을 바꾸고 자본금도 5억원 규모로 증자할 계획이다.
한국인포믹스(대표 김광원)는 IPO와 합작 벤처기업 중 하나를 선택, 추진할 계획이며 상반기중으로 본사와 조율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인포믹스는 IPO보다는 국내 기업과의 합작사 설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으며 국내 굴지의 인터넷기업인 D사와 협력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BMC(대표 손영진)도 현재 자사의 제품군을 기반으로 다양한 부가 솔루션 및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협력사를 물색하고 있으며 2∼3개의 국내 업체에 지분을 참여하는 형태의 비즈니스를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한국노벨(대표 권오형) 역시 협력사에 지분을 투자해 직원들에게 배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초 IPO 추진설이 흘러나와 국내 IT업계는 물론 증권가에서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한국오라클(대표 강병제)은 아직 본사와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상태이나 경영층에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어 실현여부가 주목된다.
한국오라클의 한 고위 관계자는 『올해 안으로 반드시 IPO를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를 최근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한국CA(대표 하만정)도 지난해 나래이동통신과 SW마케팅 합작사인 나래CA를, 코오롱정보통신과는 SI 합작법인인 라이거시스템즈를 설립한 데 이어 최근에는 한국통신하이텔과 ASP 합작법인을 설립키로 합의하는 등 국내에서 조인트 벤처기업 설립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의 이러한 움직임은 인력유출 등으로 인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도 하지만 국내 인터넷시장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그만큼 본사에 대한 국내 지사의 독자성이 강화된 의미도 있다』며 『앞으로 더욱 다양한 움직임이 출현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