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8시에 출근한 의사는 우선 환자들과 다른 의사들에게서 온 e메일을 체크한다. 환자가 질문한 내용과 대답은 자동적으로 의무기록에 기록되고 약물 처방이 바뀌면 전산망을 통해 자동적으로 약국으로 처방이 넘어간다. …진찰과 처방을 받고 난 뒤 환자는 컴퓨터를 통해 자신의 증상을 문의하고 투약이나 질병의 예후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한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 93년 보우만(Marjorie Bowman)이라는 미국 가정의학과 의사가 우리나라에 방문해 강의하면서 「미래에 의사의 진료장면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를 상상한 내용 중 일부다.
단국의대 가정의학과 유선미 교수는 『이 강의를 들으면서 저 꿈이 10년 안에 이뤄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우만 의사의 강의 내용 가운데 많은 부분이 실생활에서 실현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지난 3∼4년 동안 우리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가속화했고 변화의 원동력은 정보기술이다. 외부 사회와 단절된 채 인터넷으로만 쇼핑을 하는 것이 가능해진 요즘 사이버병원에서 건강상담을 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굳이 의사를 만나지 않고도 컴퓨터에 증상을 입력하면 진단과 치료를 해결할 수 있는 사이버병원의 꿈도 가져볼 수 있다. 병원에 갈 시간도 없는 바쁜 현대인에게 24시간 인터넷으로 만날 수 있는 사이버병원의 진료는 매력적인 서비스로 부각될 수 있다.
요즘처럼 정보통신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라면 진료와 처방이 가능한 사이버병원의 등장이 단지 공상과학 소설에 나오는 허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6∼7년 전의 예측이 현실화하고 있어 사이버병원에서 진료를 당연하게 여기는 날이 올 것이란 의료정보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병원의 등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96년 8월 「버추얼 호스피탈」이라는 사이트에서 처음 시작됐다. 그러나 환자 비밀 보장·진료비 지불·의료법의 제한 등 여러가지 요인 때문에 아직은 사이버병원에서 처방을 내리거나 실제적으로 환자에 대한 치료를 할 수는 없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사이버병원의 진료는 엄격히 말하면 「진료」가 아니고 「의료관련 콘텐츠사업」이 맞다는 지적이다. 건강 문제를 상의할 수 있는 주치의가 생기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또 이용자가 만족스런 답을 얻으려먼 대화를 통한 상호 정보 교류와 환자·의사간에 신뢰감이 깔려야 한다. 사이버병원에서 이뤄지는 상담은 이용자의 주관적인 증상만으로 판단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정보가 충분하지 않고 익명으로 이뤄지는 경우 장난기 있는 질문 등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단국의대 가정의학과 유선미 교수는 『의료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소비자 스스로 정보의 질을 평가하기는 힘들다』며 『그래서 외국에서는 권위 있는 정부기관 또는 민간기관에서 사이트 정보의 질을 인정하는 「사이트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이버병원에서 제공하는 정보의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잣대를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