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CB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설비 증설에 나서 자칫 설비 과잉에 따른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컴퓨터 및 주변기기·이동전화기·디지털TV·반도체 경기가 호황을 누릴 것으로 보고 삼성전기·LG전자·대덕전자·대덕지디에스·이수전자·새한전자·코스모텍·엑큐리스(구 대방) 등 유력 PCB업체들이 지난해 말부터 대규모 설비 증설에 나서고 있다.
이 가운데 대규모 설비 증설을 추진하고 있는 삼성전기·LG전자·대덕지디에스·이수전자 등 대기업 PCB업체들의 생산 설비 증설 작업이 이르면 오는 6월경에 대부분 마무리할 것으로 보여 국내 PCB 생산 공급 능력(다층인쇄회로기판 기준)은 현재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월 45만㎡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여기에다 기주산업·우진전자·서광전자·동아정밀·광진전자·매스램전자·하이테크교덴·서한산업·유로써키트·현우산업 등 중견 PCB업체들도 가세, 설비 증설을 통한 덩치 키우기에 발벗고 나서는 등 국내 PCB업계에 설비 증설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처럼 국내 PCB 공급 능력은 폭증하는 데 비해 수요는 당초 예상보다 늘지 않고 있어 하반기 이후부터 설비 과잉투자에 따른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기업 PCB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측됐던 세트기기 중 이동전화기만이 예상대로 주문이 들어오고 있고 반도체·디지털TV·컴퓨터 부문은 예상보다 수주량이 다소 떨어지고 있다』면서 『특히 램버스 D램용 모듈·BGA기판 등 반도체 패키지 기판 분야 주문이 올들어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견 PCB업체의 한 관계자도 『대만 PCB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노골화되고 있는데다 최근들어 MLB 분야에 신규 진출한 업체들이 고객 확보 차원에서 저가 공세를 벌여 가격 인하 바람은 이미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반월공단의 한 드릴 전문업체 사장은 『최근들어 드릴 가공업계에 일감부족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면서 『PCB업체들의 무차별적인 설비 증설은 업체간 과당 경쟁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일부 PCB업체들은 『내년경 디지털TV용 PCB 시장이 본격 형성되고 램버스 모듈을 비롯한 반도체 패키지 시장이 본궤도에 오르면 오히려 설비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증설에 따른 후유증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