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다 할 흥행대작이 없어 고심해온 비디오업계가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4월 비디오대여 시장을 겨냥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 작품에서 우리영화 화제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편성, 한판승부를 걸고 나선 것.
업계에서는 5만개 이상 판매될 대박만도 10여편에 달해 비디오 대여시장이 오랜만에 기지개를 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총 42편이 선보이는 4월의 최고의 히트 예상 작품은 「스타워즈-에피소드1」(20세기폭스)이다. 영화 개봉에서 전세계적으로 흥행 2위의 성적을 기록한 「스타워즈-에피소드1」은 지금까지 발표된 3편의 작품보다 완성도면에서 매우 뛰어나다는 평을 받아왔다. 시간적으로는 1편 이전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리암 니슨을 비롯, 「트레인스포팅」의 이완 맥그리거, 「레옹」의 어린 소녀역을 맡았던 나탈리 포트먼 등이 출연하며 스타워즈 시리즈 특유의 특수 효과가 볼 만하다.
국내 극장개봉시 기대 만큼의 흥행 성적은 거두지는 못했지만 SF영화의 대명사격인 「스타워즈」 시리즈의 고정 팬이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4월 비디오 시장을 석권할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다. 4월 첫주 출시예정.
지난해말 개봉된 「식스센스」(브에나비스타)는 극적 구성이 치밀하며 특히 마지막 반전이 압권인 수작이다.
정신과 의사인 말콤 박사로 등장하는 브루스 윌리스의 연기력도 뛰어나지만 죽은 사람의 영혼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11세 소년역을 맡은 할리 조엘 오스먼트의 연기는 근래 보기 드문 명연기로 꼽힌다.
비록 「식스센스」가 아카데미 영화상의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가 탈락했지만 극장가와 비디오 시장의 흥행성적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대할 만한 작품임에 분명하다.
조디 포스터와 주윤발이 출연한 「애나 앤드 킹」(20세기폭스)과 007시리즈의 제임스 본드역을 맡고 있는 피어스 브로스넌이 완전 범죄를 꿈꾸는 백만장자로 등장해 르네 루소와 스릴 넘치는 로맨스를 그려내는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20세기폭스)도 기대작이다. 올해 개봉해 50만명(서울 기준)의 관객을 모은 「13번째 전사」(베어엔터테인먼트)와 「고」(콜럼비아트라이스타) 등도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주노명 베이커리」(우성시네마) 「박하사탕」(세음미디어) 「해피엔드」(영유통)는 우리영화 비디오의 자존심을 내걸고 선보이는 작품.
전도연이 불륜을 저지르는 유부녀로 등장해 과감한 노출연기를 보여 세간의 화제가 됐던 「해피엔드」는 4월 비디오 시장에서 우리 영화 비디오의 최대 히트작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박하사탕」은 극장 개봉 성공에 힘입어 비디오 대여가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주노명 베이커리」는 사회 문제화될 수 있는 부부간 스와핑을 코믹하게 묘사하고 있다.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이 일본 국민배우로 평가받는 다카구라 켄을 주연으로 내세워 20여년의 시간을 두고 제작한 「엑기」(스타맥스)와 「철도원」(새한)도 일본 영화로는 드물게 흥행 기대작으로 꼽힌다.
이 두 작품은 줄거리는 다르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쳐가는 기차역을 배경으로 다양한 삶의 군상을 잔잔히 묘사함으로써 「러브레터」가 가져다준 감동을 다시금 느끼게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주성치 주연의 홍콩 액션영화 「희극지왕」(세음미디어)도 히트 예상작이다. 그가 주연한 일련의 코미디영화들이 그렇듯이 황당한 웃음 속에 주제의식이 살아있다. 그냥 웃어넘기기보다는 한번쯤 주의깊게 볼 만한 작품이다.
귀엽고 영리한 꼬마 돼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꼬마돼지 베이브2」는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 「슬리피 할로우」를 3D 애니메이션으로 패러디한 「호스맨」(20세기폭스)을 비롯해 「피노키오」(브에나비스타) 「건드레스」(영성프로덕션) 등의 애니메이션도 기본적인 수요층을 확보하고 있는 장르기 때문에 안정적인 흥행 성적이 기대된다.
한일 합작 애니메이션인 「건드레스」는 재패니메이션으로는 유일하게 국내극장에서 개봉된 작품으로 기획 당시 국내 마니아층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주지는 못했지만 비디오 흥행은 기대할 만하다.
이밖에도 4월에는 클래식 비디오 3편이 선보인다. 「파리의 아메리카인」 「오즈의 마법사」 「사랑은 비를 타고」 등이 바로 그것. 뮤지컬 영화의 고전으로 꼽히는 이들 작품을 보면서 옛추억을 되살려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특히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보여주는 진 켈리의 연기와 「싱잉 인 더 레인」을 부르며 춤추는 명장면은 잊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강재윤기자 jy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