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디지털경영>홈쇼핑 3사

입사 2년차인 39쇼핑 머천다이저(MD) 김경호씨는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고 있는 수뇌부의 의사결정속도에 일할 맛이 난다. 지난해 초 만해도 팔릴 것 같은 제품을 수배해 보고 방송하기까지 최소한 보름 이상 걸리던 것이 올해 들어선 1주일이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제 과정도 간단해 팀장이 거의 결정하고 곧바로 사장이 결제해 준다. 따라서 시분을 다투는 계절상품 또는 히트상품 등을 빠르게 도입해 판매할 수 있다.

뿐만 아니다. 판매된 실적과 소비자 성향 등이 연령대별로 정확하게 실시간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뜨는 상품과 물먹은 상품을 바로 분류해 다음 제품 결정에 반영할 수 있다. 또 소비자가 주문하고 받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도 서비스 초기에 비해 2, 3일 정도 줄어들어 고객들로부터의 이미지도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일련의 제품선정, 판매, 물류 과정이 모두 데이터베이스화된다.

김씨는 회사의 이런 변화에서 경영의 디지털화라는 단어를 실감한다.

21세기 세계 경제의 화두는 디지털이다. 홈쇼핑 업계에도 예외 없이 디지털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홈쇼핑 업계는 가만히 앉아서 거대한 변화를 기대하지 않고 변화를 앞질러 가 현재에 이르렀다.

LG홈쇼핑도 이 같은 시대조류에 맞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 회사는 특히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주문형비디오(VOD), 버추얼 리얼리티(VR)를 활용한 입체적인 상품소개와 곧 개관할 예정인 동영상 전용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다양한 상품들을 통해 디지털시대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또 하루 2만5000여개의 상품이 움직이는 물류센터는 DPS를 통해 상품의 분배 및 집하, 출고가 이뤄진다. 하루 5만여통의 전화가 연결되는 콜센터도 디지털 기술로 완비된 컴퓨터통신통합(CTI) 시스템에 의해 350여명의 텔레마케터에게 자동으로 연결되고 ARS에 의한 자동 주문시스템도 갖춰 전체주문 물량의 30%를 소화하고 있다.

멀티미디어 홈쇼핑업체인 씨앤텔도 이미 CTI와 전산화된 주문시스템을 갖춘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물류센터도 자동화시설이 확충돼 상품의 주문에서 배송까지 전단계가 자동화되어 있다. TV를 통한 주문의 경우 전문 텔레마케터들이 전화로 고객의 주문을 받고 컴퓨터의 전산 프로그램에 주문 입력을 하면 바로 물류센터 컴퓨터로 정보가 전달된다. 또 자동으로 택배회사의 전산시스템에 연결돼 송장이 출력되는 데 송장에는 송장 번호와 받는 사람, 보내는 사람의 주소와 연락처가 찍혀 나온다. 모든 작업이 컴퓨터로 이뤄져 빠르고 정확하다.

물론 이 같은 시스템은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그대로 이뤄진다. 특히 고객은 물류추적시스템으로 주문 후 자신의 주문 상품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온라인상으로 파악할 수 있다.

홈쇼핑 3사는 모두 빠른 의사결정, 빠르고 정확한 고객서비스, 실무자가 책임지는 서비스 그리고 디지털 기술의 접목을 디지털 경영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화 물결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기도 하지만 홈쇼핑이란 분야 자체가 디지털이라는 이미지에 매우 가까운 사업형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홈쇼핑 업계의 디지털화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