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재형 서강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한국SAS 객원컨설턴트
1. 새로운 성과측정시스템의 필요성
전통적으로 기업이 사용해 온 성과측정시스템의 가장 큰 비판은 기업의 성과가 재무적인 척도에 너무 의존돼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성과는 재무적인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조직의 혁신과 학습 능력, 고객 및 공급자 관계, 종업원 만족, 내부 프로세스 개선 등 비재무적이며 정성적인 측면에서도 평가돼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비롯된 기업의 모든 활동과 프로세스는 궁극적으로는 기업 전략과 연계되어 하나의 커다란 경영이론을 이루어야 한다. 따라서 오늘날 성공적인 기업으로 존속하기 위해서 기업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전략, 수행하는 활동, 그리고 성과의 측정이라는 세 가지 축의 관계를 밀접히 상호 작용하는 「삼각구도」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종합적인 성과측정이란 기업이 설정한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일련의 활동들을 전개하고, 이 결과를 주기적으로 구체적인 자료로 평가하며, 성취된 개선사항을 공표·보상하고 이를 피드백하여 기존 전략을 수정하는 일련의 순환과정이다.
2. BSC의 등장 배경과 개념
1991년 로버트 에크레스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한 글(The Performance Measurement Manifesto)에서 기존 성과측정방법의 한계를 통렬히 비판하면서 모든 기업은 앞으로 5년 이내에 자신들의 사업성과를 측정하는 방법을 다시 설계해야만 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미국의 컨설팅 회사인 타워스 페린은 96년 자사의 가장 큰 고객인 100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성과측정관행을 조사한 바, 결과 응답기업의 60%가 사업성과 측정을 위해 BSC(Balanced Scorecard:균형성과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버트 캐플런과 데이비드 노턴이 수행한 일련의 기업체 컨설팅 경험에 의해 개발된 BSC는 전통적인 성과측정 관행의 오류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기업 성과측정의 새로운 프레임워크로 등장했다. BSC는 주요 사업성과를 관리 가능한 몇 개의 KPI(Key Performance Indicators:주요성과지표)로 명료하게 통합해 경영자로 하여금 기업의 건강상태를 신속히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비행기나 자동차의 컨트롤 패널과 유사하다.
BSC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성과를 재무관점(financial perspective), 고객관점(customer perspective), 내부 프로세스 관점(internal business perspective), 그리고 조직의 혁신 및 학습관점(innovation and learning perspective)이라는 네 가지 영역에서 평가한다. 이에 근거하여 기업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기업가치를 창조하고자 하는 시스템을 지향한다. BSC는 이러한 네 가지 영역을 세 개 내지 다섯 개의 주요성과 지표들로 축약해 평가함으로써 조직의 단기적 및 장기적 건강을 한 눈에 종합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이 네 가지 영역은 분리되어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비전과 전략에 맞추어 인과관계를 가지고 연계되어 있으며, 재무 성과가 궁극적인 결과 지표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림 1 참조
3. BSC의 4가지 질문
BSC가 1992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처음 소개되었을 때는 전통적인 재무 성과에만 한정했다. 기업의 성과를 평가하는 것에 대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재무 성과뿐만 아니라 재무 성과의 동인이 되는 비재무적 성과에도 초점을 맞춘 균형 잡힌 성과측정의 틀로서 유용성이 부각되었다. 그러나 BSC는 기업의 성과를 다차원적으로 측정한다는 것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즉 단순히 재무 성과와 비재무적 성과를 함께 측정하여 기업의 성과를 평가한다는 차원에서 벗어나 다양한 영역의 성과지표들을 사업단위의 독특한 전략으로부터 도출하고, 이들을 인과관계로 연계시킴으로써 조직이 취하는 모든 노력이 조직이 설정한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응집되도록 하며, 성과평가를 통해 자신의 전략을 새로이 수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적 경영 시스템으로서의 보다 큰 가치를 갖고 있다.
BSC의 기본은 단순하다. BSC가 주장하는 바는 만일 기업이 종합적이고 균형 잡힌 성과측정시스템을 갖고 있다면 기업의 구성원들은 다음의 네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는 조직의 재무 성과에 관한 질문으로 「우리는 주주들에게 어떻게 보이고 있는가」이다. 여기서는 전통적인 재무 성과를 모니터 하게 되는데 이 영역의 성과지표로는 이윤성, 수익성, 주주 가치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둘째는 고객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질문으로 「우리의 고객들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이다. 여기서는 고객의 눈을 통해 우리를 바라보는 것으로 성과지표로는 서비스 수준, 고객만족도, 재구매 정도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셋째는 내부 프로세스와 관련된 질문으로서 「우리는 무엇에 초점을 맞추어 뛰어야 하는가」이다. 여기서는 기업 내부의 업무 프로세스 그리고 절차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평가한다. 성과지표로는 생산성, 사이클 타임, 비용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리고 넷째는 조직의 혁신, 학습 역량과 관련된 질문으로 「우리는 어떻게 하면 계속하여 혁신하고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가」이다. 여기서는 보통 종업원 및 정보시스템과 관련된 사안을 이야기한다. 성과지표로는 지적자본, 시장혁신, 연구개발, 종업원 교육, 정보기술 등이 포함된다.
처음의 두 질문은 기업의 현상에 관한 것이고, 다음의 두 질문은 기업의 미래에 관한 것이다. 어떠한 기업이든 BSC를 개발하고자 한다면 위의 네 가지 영역들을 인과관계로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
4. 성과지표들의 연계방법
BSC에서는 다양한 측면의 성과지표들을 인과관계로 연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재무 성과의 향상은 보통 연계과정에서 궁극적인 목표가 된다. 예를 들어 우리의 재무 목표가 수익의 성장이라면 이것은 시장점유율의 확대라는 목표를 통해 달성할 수 있다. 시장점유율의 확대는 또한 고객유지에 의해 달성이 가능하다. 그리고 고객만족도의 증진은 고객유지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주고 다른 제품의 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한편 고객 만족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 우리는 많은 시간을 고객들과 접촉하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데 할애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성과지표들의 연계는 「목표-방법 그림(what-how diagram)」을 이용하면 더욱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목표-방법 그림이란 우선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들을 제시하고, 이러한 달성 방법들을 다시 하위 목표로 하여 이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또 다시 달성 방법들을 목표로 하여 후속적인 달성방법을 계속적으로 모색하는 도구이다. 목표-방법 그림을 통해 기업은 주요 성과지표들간의 인과관계를 구축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경영이론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인과관계 및 경영이론의 타당성은 주기적인 자료의 수집과 이의 분석을 통해 검증되어야 하며 인과관계의 타당성이 결여된 경우 기업은 자신들의 경영이론을 새로이 수정할 수 있는 전략적 학습과정을 거쳐야 된다. 그림 2 참조
5. 성공적인 BSC 구현을 위한 고려사항
BSC가 기업에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첫째, BSC의 성과 영역은 카플란과 노턴이 제시한 네 가지 영역에만 국한될 필요는 없다. 사실 이들이 제시한 기본적인 BSC는 고객 관점에서 시장 메커니즘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과 아웃소싱이 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공급자 관점을 결여하고 있는 등의 한계를 갖고 있다. 이러한 기본 모형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상당수의 기업들은 자신에게 맞는 성과영역들을 판별하고 이들을 인과관계로 통합시킴으로써 자신만의 독특한 BSC를 만들고 있다.
둘째, BSC의 성과지표들은 단순한 성공요소들의 집합이 아니며 모든 기업에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성과지표란 존재하지 않는다. 성과지표들은 반드시 조직의 현재 위치를 고려하여 독특한 사업전략으로부터 유도되어야 하며, 원인과 결과관계로 연결되어 서로를 강화시켜 줄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동인(動因)이 없는 결과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문제지만 결과 없는 동인만의 강조도 조직의 노력을 부분적인 최적화로 그치게 할 위험이 있다. 오늘날 많은 기업에서 품질, 고객만족, 혁신 등과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지만 피상적으로는 접근하고 있어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이러한 목표들을 미래의 재무 성과와 연결시키지 않고 목적 그 자체로만 강조되기 때문이다. 품질, 고객만족, 혁신 등과 같은 전략 목표들은 반드시 재무적인 성과로 연결될 수 있는 성과지표들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넷째, 조직의 비전과 전략적 목표는 개인 및 부서의 목표와 일치되어 일관된 행동을 이끌어 내어야 한다. 조직 구성원들로 하여금 큰 그림에서 자신들의 부분을 보도록 함으로써 조직의 성공을 위한 자신들의 기여를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차원의 BSC와 부서 차원의 BSC, 그리고 개인 차원의 BSC를 각각 개발하여 이를 연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다섯째, 최고 경영층의 변화계획과 틀은 조직 구성원들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조직의 전 계층으로 확산되어야 하며, 조직 구성원들 각자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섯째, 전략적 학습시스템을 구축하여 새로운 전략의 개발과 이의 실행이 지속적인 프로세스가 되도록 한다. 일곱째, 비재무적인 성과가 재무적인 성과로 이어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1950년 품질의 개념이 도입된 후 사람들이 일본 제품이 좋다고 인식하는 데 25년이라는 세월이 걸린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BSC가 성공적으로 기업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전 조직 구성원이 의지를 갖고 기업 전반의 성과 향상을 위하여 동참하고자 하는 의식 개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