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프롤로그

세계는 지금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프로바이드(ASP)에 이어 e마켓플레이스 열풍에 휩싸이고 있다. ASP가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의 공급방식을 오프라인 판매에서 온라인 임대로 바꾸는 정보통신(IT) 업계의 인터넷 적응현상이라면 e마켓플레이스는 오프라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상품의 거래를 온라인으로 옮겨놓는 전 산업계의 인터넷 적응현상이기 때문이다. e마켓플레이스가 기존의 전자상거래 형태와 무엇이 다르기에 제2의 전자상거래 혁명으로 불리는지, e마켓플레이스를 선점하기 위해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는 업체들의 동향은 어떠한지, 그리고 e마켓플레이스가 기존 산업계와 세계경제에 과연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키게 될 것인지를 살펴본다. 편집자

ASP 사업이 IT 업체들의 디지털 경영 전략이라면 e마켓플레이스는 전 산업계의 인터넷 비즈니스 진입로다.

시장, 즉 장터는 시간과 공간의 개념속에서 존재해 왔다. 시장이란 판매자와 구매자가 같은 시간, 동일한 장소에 모여 거래를 하는 곳이다. 비록 정보통신의 발달과 교통수단의 발전으로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꾸준히 확대돼 왔지만 그렇다고 시공의 제약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런던의 금거래 시장, 월스트리트의 금융거래 시장, 세계 곡물거래소, 세계 선물거래소가 근본적으로는 시공의 제약을 받는다.

그러나 리얼타임 네트워크인 인터넷의 출현은 시공을 초월하는 사이버 시장을 가능토록 해주고 있다. 이것이 바로 e마켓플레이스다. 사실 e마켓플레이스는 전자상거래에서 파생된 또 다른 개념이다. 전자상거래는 기본적으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있다. 그러나 인터넷이 출현한 이후 지금까지의 전자상거래는 엄밀한 의미의 e마켓플레이스가 아니다. 시장이란 불특정 다수의 판매자와 불특정 다수의 구매자가 같은 시간에 만나는 장소다. 하지만 그동안 전자상거래는 특정기업과 수직적 관계에 있는 업체들간의 거래에 치중돼 왔다. 공급망관리(SCM)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진정한 의미의 e마켓플레이스에 가장 빠르게 근접하고 있는 것이 업종별 전자상거래다. 업종별 전자상거래는 관련업종의 모든 업체들이 모여들어 부품이나 원자재의 거래를 수평적 관계로 할 수 있으며 수출입과 결제 등 거래에 필요한 제반 업무까지 사이버상으로 해결할 수 있다.

e마켓플레이스는 그러나 반드시 업종별로 제약되지는 않는다. 강력한 하나의 e마켓플레이스는 전업종을 커버할 수도 있다. e마켓플레이스는 시공의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품목, 다양한 업종의 국제적인 거래까지 하나의 시장안에 묶어낼 수 있다.

e마켓플레이스는 거래형태를 변화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경제구조와 질서까지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완성품업체와 부품업체간에 고착화 돼 있는 종속적·수직적 거래관계가 소멸되고 수평적 거래관계가 융성해진다.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 글로벌화된다. 경쟁자와도 항상 열려 있는 무한경쟁 체제가 도래한다. 얼굴도 모르는 상대방과 사이버상으로 거래를 하게 된다.

e마켓플레이스는 오프라인에서 행해지던 기존의 경쟁구도와 영업관행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도 있다.

때문에 e마켓플레이스는 가히 가공할만한 폭발력과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인터넷시대에는 e마켓플레이스를 누가 적절히 이용하는가, 또 누가 강력한 e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하는가에 경쟁의 승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전세계는 런던의 금거래소나 시카고 곡물거래소보다 더욱 강력한 e마켓플레이스를 먼저 구축하기 위해, 또 e마켓플레이스를 통해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숨가쁜 경쟁을 하고 있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