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개인용 컴퓨터(PC) 누적 보급대수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850만대를 돌파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는 인구 5.5명당 1대꼴로 일본(4.9명)에는 뒤지지만 프랑스(5.7명)에는 앞선 수치다. 우리나라가 적어도 PC보급률에서는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실례인 것이다.
이같은 수치는 전년 대비 누적 보급대수는 8.7%, 인구당 보급률은 15.7%가 각각 증가한 결과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국가정보화의 척도가 되는 누적 보급대수 1000만대 돌파, 즉 가구당(4명 기준) 1PC시대가 늦어도 내년중에는 도래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전망은 외형적 기대일 뿐 내용상으로 보면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이번 조사를 실시한 한국전자산업진흥회의 세부자료에 따르면 국가정보화에 대한 최종 척도라 할 수 있는 개인 및 가정용 등 순수 개인용 PC보급은 기업용과 기관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결과를 보였다. 누적 보급대수에서 개인용은 34%인 290만여대였고 이에 따른 실질적인 보급률은 5.2가구당 1대로 나타나 1가구 1PC와는 다소 거리가 먼 것으로 지적됐다.
선진국과 비교해도 미국(2가구당 1대)은 물론이거니와 인구당 보급률에서 앞섰던 프랑스의 98년 통계치(4가구당 1대)에도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우리나라의 PC 보급실적이나 보급률의 증가를 실질적으로 기업이나 기관의 수요가 주도해 왔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 한해 동안 PC 보급증가율은 전년대비 46%에 그친 반면 기업용은 90%를 넘어선 것은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종합해 보건대 우리나라의 PC보급 양태는 외적으로는 선진국급이지만 내용적으로는 개인에 대한 보급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후진국형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물론 기업이나 기관 중심의 PC보급 형태가 의미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제까지 축적된 기업과 기관의 정보화 경쟁력이 바로 거기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보급형태가 결과적으로 개인에 대한 정보불평등을 조장한 결과가 됐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PC가 다른 정보기기를 누르고 정보화 기본도구이자 수단으로 자리잡은 것은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PC를 기반으로 하는 개인 및 가정의 정보화가 궁극적으로 국가정보화 수준을 가늠하는 요소가 된다는 논리도 마찬가지다. 한때 PC가 소수 부유층이나 기업전산화를 위한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시절도 있었으나 이는 말 그대로 옛말이 되었다. 21세기 개인의 생존 여부가 국제어(영어)와 함께 컴퓨터 활용능력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는 예상 역시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다.
개인 및 가정용 PC의 보급확대는 정보평등의 실현이라는 명분 외에 최근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고 있는 인터넷 기반 전자상거래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그 당위성과 필요성이 인정되는 바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이번 한국전자산업진흥회의 조사를 계기로 정부의 PC산업 관련 정책기조에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