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정보통신산업의 급성장은 가전유통업계를 상대적으로 위축시키고 있다. 가전제품 유통은 특성상 거액의 자본을 필요로 하는 데다 제품이 날로 대형화됨에 따라 인건비·매장유지비 등 판매관리비가 증가추세에 있어 수익성이 예전보다 나빠진 것이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전자랜드21 같은 업체는 전국적 유통망을 확보한 덕분에 아직은 가전부문에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지만 앞으로 가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지난해부터 컴퓨터·정보통신부문의 매출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외형적 매출은 가전제품 고가화 경향에 힘입어 다소 늘어난 것이 사실이지만 시장성 측면에서는 컴퓨터·정보통신분야에 밀리고 있는 현상을 직시한 조치다.
용산 등 전자상가의 매장수 변화는 이같은 가전유통의 약세를 직접적으로 설명해준다.
용산의 매장수는 줄잡아 4500∼5000개에 이른다. 하루에도 수십개 업체가 명멸을 거듭해 정확한 매장수는 파악하기 어렵고 추산만이 가능하다.
이 가운데 70% 이상이 컴퓨터·정보통신분야이고 가전부문은 30% 이하에 불과하다. 전자랜드는 층별 업종구분을 명확히 해 504개의 매장 가운데 가전매장과 컴퓨터·정보통신 매장이 각각 101·128개여서 별 차이가 없으나 터미널전자쇼핑은 312개 매장 가운데 240여개가 컴퓨터·정보통신으로 압도적이다. 출발시점부터 PC 및 주변기기 상가로 자리매김했던 선인상가는 아예 1200여개의 매장이 모두 컴퓨터·정보통신 매장이고 1450여개의 매장에 500여개가 가전매장인 나진상가는 그나마 1층을 확고히 지키고 있던 가전매장들의 입지가 약화되고 있다.
용산에서 잔뼈가 굵은 나진상가의 L 사장은 『최근 들어 가전에서 컴퓨터로의 전업이 붐을 이루고 있는데 가전매장이 밀집해있는 1층에 컴퓨터업종이 아니라고 하면서 새로 매장을 내고는 얼마 안가 컴퓨터 매장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골치를 썩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권리금에서도 업종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가전매장은 권리금이 IMF 이전 수준이거나 소폭 오른 데 비해 컴퓨터 매장은 IMF 이전에 비해 많게는 50% 정도 올랐다.
수직복합매장 형태를 띠고 있는 테크노마트는 98년 4월 설립당시 층별로 취급할 수 있는 제품군을 정해 분양했다. 여기에 입점해 있는 가전매장수는 약 1500개. 층별로 취급품목을 제한하기 때문에 특정 품목 매장수가 급속히 느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고 있으나 2·5층에 위치한 가전매장에 비해 6·8층에 있는 통신매장과 컴퓨터매장이 보다 활기를 띠는 것은 사실이다.
4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임대료 협상과정에서 정보통신 관련제품 매장의 임대차 계약은 분양주들의 높은 임대료 요구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나 가전매장의 계약은 다소 지연되는 것도 품목별 상가경기를 반영하는 것이다.
<유통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