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번역률입니다. 영한 자동번역 소프트웨어(SW)에 대한 소비자 불신은 일부 업체가 낮은 번역률의 제품을 이름만 바꿔가며 계속 판매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엘엔아이소프트의 임종남 사장은 일부업체로 인해 영한 자동번역 SW 업계 전체가 불신을 받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같은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가 영한 번역 SW 시장 가능성에 눈을 뜬 것은 지난 92년. 당시 취미가 있었던 컴퓨터분야 교재들이 대부분 원서로 돼 있어 배우기가 쉽지 않다고 느끼던 중 『번역 SW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데 생각이 미쳐 영한 자동번역 SW 개발 길에 들어섰다.
그러나 1년 계획으로 시작한 일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95년까지 몇번의 실패를 거쳐 집도 재산도 다 날리고 전세도 아닌 사글세방을 전전하게 되면서 포기할까 하는 생각을 한 것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임 사장은 그러나 그럴 때마다 오기가 솟았다.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는 다짐을 거듭했다. 『기필코 최고의 제품을 만들고 말리라.』
임 사장이 이런 결심을 굳히게 된 데는 법인 설립 전부터 그를 도와 개발에 참여했고 지금도 그의 곁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재 엘엔아이소프트의 연구소장과 개발팀장, 마케팅팀장 등을 맡고 있는 이들은 당시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도 자동번역 SW 개발 중요성을 강조하는 임 사장을 믿고 묵묵히 따랐다. 그런 그들을 보아서도 임 사장은 결코 쓰러질 수 없었다.
97년은 임 사장에게 매우 중요한 해로 기억된다. 삼손테크닉스라는 상호로 개인사업자로 일하고 있던 그해초 그는 「다기능성 개체의 표준화를 통한 적용범위 추출기술」을 개발, 정보통신부에서 우수신기술 지정을 받는 개가를 올린다.
이에 힘입어 그는 그해 9월 엘엔아이소프트라는 상호로 법인등록을 하고 이 기술의 상용화에 본격 나선다. 이 과정에서 엘엔아이소프트는 정보통신부의 유망 중소 정보통신기업과 중소기업청의 벤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98년 11월 마침내 엘엔아이소프트는 첫 제품을 출시했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쓰고 있는 「인가이드 98」이 그것이다. 임 사장이 개발을 시작한 지 7년 만의 일이었으니 그 감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인가이드 98은 기존 제품이 등록된 단어 수와 문법 수에 따라 번역률이 결정되던 것과는 달리 문맥상에서 단어의 쓰임을 추론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가미된 것이 특징이었다. 이 때문에 기존 제품에서는 실행하기 어려웠던 복문과 비문법 형태의 문장 번역도 70% 정도 가능해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다.
임 사장은 그러나 여기에 만족할 수 없었다. 번역률을 더 높이고 기능을 다양화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매진했다. 낮은 번역률의 제품이 판치면서 업계 전체가 불신을 받는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여기에 머무르면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의 이같은 믿음은 지난해 11월 「인가이드 2000」 발표와 12월의 정보통신부 장관 표창장 수상으로 이어졌다.
40만 단어가 내장된 인가이드 2000은 전산·전기·전자·인터넷·기계·경제·무역·정치·시사·건축·토목·물리·화학·전자상거래·군사 등 15개 전문분야별 영한 번역이 가능하고 인터넷 실시간 번역이 가능하며 사용자 중심의 인터페이스를 채택, 맞춤법 검사와 대·소문자 변환, 윈도 탐색 등 다양한 기능이 지원되는 특징으로 특히 인터넷 환경을 고려해 개발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임 사장은 『인터넷 환경 확산에 따라 새로운 기능을 실현하게 됐다』며 『오는 7월에는 영한, 한영 양방향 채팅 번역시스템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엘엔아이소프트는 인터넷 포털을 포함한 기업체, 관공서, 교육기관의 네트워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서버용 제품을 개발 공급한 데 이어 영한뿐만 아니라 영일, 일영, 중한, 한중 번역이 가능한 제품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외부투자도 유치했다. 삼성물산·한국종합기술금융·G벤처 등이 이 회사의 장래성을 내다보고 지분 참여한 후 경영과 마케팅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엘엔아이소프트는 이에 따라 올해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공격경영에 나서고 있다.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에 있는 이 회사는 최근 본사와 연구소를 인근 빌딩으로 확장, 이전하고 마케팅·영업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서울 삼성동에 지사도 설립했다.
임 사장은 이로써 지난해 7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을 올해는 100억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는 그러나 『기업규모가 커지더라도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개발초기의 마음은 변치 않을 것』이라며 『영한 번역분야 국내 최고 제품이라는 명예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세관기자 sko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