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질런트·텍트로닉스, 오실로스코프 경쟁 가열

「중저가형 오실로스코프시장을 선점하라.」 텍트로닉스와 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가 최근 이 시장을 겨냥, 신제품을 내놓고 다시 맞붙었다.

선공을 취한 쪽은 한국애질런트테크놀로지(대표 윤승기). 오실로스코프에서는 텍트로닉스가 수위를 차지하고 있어 계측기 분야 가운데 애질런트가 1위를 차지하지 못한 몇 안되는 분야 중 하나다.

애질런트는 상처 입은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 공세를 펼치고 나선 것이다. 한국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는 이달 초 60∼100㎒대 보급형 오실로스코프(모델명 54600 시리즈)를 발표하고 추격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애질런트의 54600 시리즈는 텍트로닉스의 TDS200 및 3000 시리즈를 맞상대하기 위해 지금까지 고수해온 고기능·고가의 전략을 파괴한 제품. 디지털 파형을 아날로그 파형처럼 볼 수 있고 고속퓨리에전송(FFT) 및 트리거링, 주밍 기능 등을 갖추고 있어 텍트로닉스의 제품을 겨냥하고 있다.

애질런트측은 『이 제품이 첨단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격은 낮췄다』며 『2MB 메모리를 갖고 있어 해상도 및 트리거 기능이 탁월하며 특히 데이터 처리가 빠르고 정밀 주밍이 가능해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애질런트측의 공세에 대해 한국텍트로닉스(대표 윤상태)는 느긋한 입장이다. 텍트로닉스는 『애질런트측이 강조하는 주밍 기능과 FFT기능은 오실로스코프의 기본 기능이기 때문에 별다른 차별성을 가지지 못한다』면서 『1.25G에 달하는 실시간 샘플링 레이트, 컬러 액정표시장치(LCD) 등으로 구성된 TDS 시리즈가 상대적으로 우월성을 갖고 있어 쉽게 시장을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텍트로닉스를 뒤쫓고 있는 애질런트입장에서는 이번에 신제품을 내놓고 당장 텍트로닉스의 벽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와 관련, 애질런트측도 텍트로닉스와 정면 충돌하기보다는 계측기시장에서 갖고 있는 인지도를 내세워 서서히 시장을 잠식한다는 전략을 구사하기로 했다.

애질런트의 공세가 얼마나 성공을 거둘지 관심거리로 떠오른 가운데 두 회사 사이의 경쟁은 당분간 오래 지속되면서 가열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