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폭락장세로 돌변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의 추락세는 더욱 골깊어 연 닷새동안 무려 48.31포인트나 빠졌다. 최후의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지수 200선마저 무너졌고 장중 한때 186.56으로 내려앉기도 했다. 지난달 10일 코스닥지수 283.44를 기록한 뒤 한달도 채 안돼 세자릿수 하락폭으로 떨어진 셈이다. 증시주변에서는 블랙먼데이에 버금가는 「검은 4월」이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이 적지않다. 특히 코스닥시장의 경우 구조적인 수급불안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어두운 시장분위기를 바꾸기 쉽지 않아 당분간 힘겨운 약세권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증시전문가들은 지난해 7∼9월의 전저점인 지수 180∼190선을 단기적인 1차 지지선으로 내다보고 있다.
◇배경=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MS)의 반독점 소송사건과 나스닥 등 해외증시에서의 첨단기술주 거품론이 직격탄이 됐다. MS사 반독점 소송의 법정밖 화해시도가 무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3일 나스닥 선물지수인 「글로벡스」가 폭락했고, 나스닥지수도 하루 하락폭으로는 사상최대인 349.15포인트나 급락했다. 반면 굴뚝산업의 대표지수인 다우지수는 소폭 상승을 이어가 첨단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시장과 희비가 엇갈렸다. 이에 따라 코스닥시장에서도 이달들어 기관투자가들을 중심으로 투매에 가까운 손절매 물량이 쏟아져 지수폭락을 부채질했다. 지난 4일 장중에는 대부분의 종목들이 무더기로 하한가 잔량을 쌓아두었지만 사자세력은 찾아볼 수 없어 거래량도 1억3000여만주에 불과한 소강상태로 나타났다.
동양증권 서명석 팀장은 『코스닥 등록기업들의 유무상증자 물량이 대거 유입되면서 시장에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다』면서 『시장회복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우면서 인터넷·정보통신 등 첨단 정보기술(IT) 관련주 가운데 토막난 종목들이 속출했다. 불과 한달새 절반이상 꺾인 종목들이 수두룩하다.
「정보보호」 테마를 주도했던 싸이버텍홀딩스는 심지어 전고가의 15%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인터넷 대표주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지난 1월 4일 40만6500원으로 사상최고가를 기록한 뒤 하락세로 일관, 지난 4일 8만7800으로 주저앉았다. 최고가에 매입한 투자자들은 5분의 4 가까운 투자손실을 입은 셈이다. 새롬기술이 지난 2월 18일 30만8000원의 최고가에서 4일 4만3900원으로 추락한 것을 비롯, 로커스·버추얼텍·코리아링크·한국정보통신·한글과컴퓨터·한통프리텔·한통하이텔·한솔엠닷컴·주성엔지니어링 등 대형 IT종목들이 전고가에 비해 반토막났다.
또 공모가 이하로 떨어진 IT종목도 나타나고 있다. 미래케이블TV는 지난해 8월 2만5000원(액면 5000원)에 공모, 지난달 한때 주가가 3만6000원대까지 올라갔지만 이달들어 코스닥시장이 붕괴 조짐을 보이면서 4일 1만8350원까지 밀렸다. 파세코도 지난해 12월 4500원(액면 500원)에 공모했지만 이달들어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3570원까지 떨어졌다. 삼지전자는 공모가 1만7000원(액면 500원)에 근접한 2만1600원까지 주가가 밀리는 등 일부 IT 종목들은 공모가 수준에 근접했다.
◇전망=증시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이 진정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스닥시장이 안정을 되찾아야 한다는 시각이다. 교보증권 김승익 코스닥분석팀장은 『불안한 수급구조에 따른 시장내적인 문제도 있지만 첨단기술주 거품론 등 심리적 요인과 나스닥 증시의 움직임이 관건』이라면서 『지수 180∼190선에서 일단 바닥권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나스닥지수가 계속 떨어진다면 코스닥시장도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안한 국면이 전개되겠지만 단기 낙폭이 크고 선거를 전후해 증시부양책도 예상된다는 점에서 시장분위기 반전시도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