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391) 벤처기업

IMF<9>

북경에서 설진유 차관을 만난 다음날 점심 무렵에 나는 하얼빈으로 갔다. 이미 연락을 해서 공항에는 만토 집단의 사람들과 유 회장 직원이 나와 있었다. 유 회장은 하얼빈에 머물고 있었는데 핑파오 지역의 재개발 문제로 하얼빈 시장을 만나고 있었다.

3월로 접어들었으나 하얼빈은 아직도 한 겨울이었다. 얼음 축제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을 만큼 영하의 기온이었다. 실제 한겨울에 하얼빈의 날씨는 영하 삼사십도를 오르내렸다. 한 달 전에 하얼빈을 방문했을 때는 추위 때문에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호텔 안에 머물기만 하였다.

『어떻습니까? IMF로 힘이 들지요?』

저녁 연회를 하는 자리에서 만토집단의 류 총재가 악수를 하면서 처음 건넨 말이었다. 이제 외국인을 만나면 인사가 IMF에 대한 이야기였다. 동정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조롱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화제에 올려졌다. 간부에게 구조조정에 대한 지시를 내리고 중국에 온 나로서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다.

『IMF는 기업에 도미노 현상을 일으켜서 모든 기업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외국으로 시선을 돌려 돌파하려고 합니다. 특히 중국과 합작하는 형식으로 일을 했으면 합니다. 우리가 기술과 자본을 댈테니 만토 집단에서도 자본과 배경을 대십시오.』

배경이라는 말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었다. 류 총재는 나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하오(好)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본을 댄다면 어느 정도의 규모가 좋겠습니까? 나는 이미 한국의 기업체와 손을 잡고 홍콩에 있는 자회사 은행을 끌어들여 미화 3억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바로 하얼빈에 있는 한국의 전자 회사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나의 일은 그렇게 많은 자금을 투자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금보다 기술이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것은 있어야 합니다. 50 대 50으로 투자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얼마가 필요하지요?』

『각기 미화 100만 달러를 투자해서 합 200만 달러를 기초 자본금으로 합니다. 사무실을 차리고 기술 용역에 필요한 요원을 파견하고 가동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일단 회사를 설립하여 송화강 댐 물관리 시스템 사업을 할 것이다. 그 다음 궁극적 목표인 양자강 물 관리 시스템 수주를 따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