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사이베이스·SAP코리아 등의 지사장이 잇따라 교체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계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지사장 교체가 너무 잦아 영업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데 혼선이 빚어지는가 하면 국내 고객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SAP는 이달 초 기존 최해원 사장을 한국오라클 상무 출신의 최승억 신임 사장으로 교체했으며 사이베이스도 같은 시기에 이상일 전 시퀀트코리아 사장을 김지문 사장 후임으로 선임했다. 또 이에 앞서 지난 2월 한국유니시스가 김재민 전 (주)MS 사장을 영입한 것을 비롯해 (주)MS·한국BMC·로터스코리아·한국바안·한국어도비 등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사장을 교체한 곳만도 10개사에 이르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사이베이스는 94년 국내 시장에 진출 이후 6년도 안돼 송영덕 초대 사장, 박서일 사장, 김지문 사장 등 3명의 지사장을 바꿔 짧은 기간동안 가장 많은 지사장이 거쳐간 업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또 96년 8월 진출한 SAP코리아 역시 3년 남짓 동안 이영주 초대 사장과 최해원 사장이 교체됐으며 한국BMC도 96년 서병수 초대 사장과 개인적인 사정으로 사임한 주수영 사장에 이어 현 손영진 사장이 지난해 9월 세번째 지사장으로 취임했다. 로터스코리아도 한성수 사장, 서창석 사장, 채승용 사장에 이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남덕우 사장이 지사장을 맡고 있다.
이들 업체의 지사장 수명을 따져 보면 대부분 3년을 못채우고 교체됐으며 1∼2년에 그친 사람도 적지 않다. 지사장들의 교체배경은 업체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이 단기적인 매출 실적에서 기인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기존 지사장과 충분한 사전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사장 교체를 통보하거나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후임 지사장을 출근시켜 한 회사에 두 명의 사장이 함께 존재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는 등 본사의 전횡이 지나치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S사의 경우는 지사장 교체 이전에 이미 몇 개월전부터 헤드헌터를 통해 신임 지사장을 물색해 왔으며 기존 지사장은 최근에서야 이 사실을 알고 허탈해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같은 실적 위주의 인사는 한국 시장에서 매출만 올리면 된다는 식의 발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용자 정책에 대한 혼란을 가져오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또한 신임 지사장을 물색하면서 경쟁업체의 지사장을 영입하는 것도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으며 한 업체의 지사장 교체는 다른 업체의 지사장 교체로 이어져 연쇄적인 지사장 대이동을 불러오는 등 업계 질서를 흔들어 놓는 경우도 있다.
이에 반해 10년동안 한명의 지사장이 지속적으로 운영해온 한국오라클이나 한국SAS 등은 국내 시장에서 탄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본사에 대해서도 무시못할 영향력을 갖고 있는 등 국내 업체 버금가는 역할을 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사장들이 본사에 큰 소리 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국내 고객 기반인데 매출 올리기에 급급하다보면 시장 기반을 탄탄하게 쌓기 어려워 결국 본인의 입지만 좁아지게 된다』며 『다양한 고객 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실행해 국내 기업으로서의 제 역할을 충분히 하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조언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