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제3시장을 진단한다(4·끝)-지정제도 문제 속출

현재 제3시장에서 매매되고 있는 업체 중에는 실제로 「사업성이 있을까」라는 의문을 남기는 기업이 한 둘이 아니다. 단순히 회사소개만 갖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수두룩하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로 막연한 계획이나 비전만 있을 따름이다.

지난해 매출이 없는 A사는 올해 200억원은 무난히 거둬들일 수 있을 것이라며 득의만만하다. 인터넷 정보 서비스제공업체인 B사는 지난해 60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150억원을 벌어들일 계획이다. 제일투자신탁증권 권성률 연구원은 『포장만 그럴듯할 뿐, 내실 있는 기업은 별로 찾을 수 없다』며 『제3시장 기업을 보면 실적이 아니라 계획을 부각시키고 있는 만큼 사업실적이나 가치와는 별개의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코스닥시장에 등록한 기업이 5년 이상의 경륜이 있는 반면 제3시장에 진출하는 기업은 2년 미만의 신생기업이라는 점에서 매출실적 부진은 인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더욱이 인터넷 기반의 전문업체가 제3시장의 주종을 이루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인터넷 업체 가운데 실제로 흑자 기업이 어디 있느냐」는 일반 논리에 비춰볼 때 매출 제로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제3시장이 내재가치가 높은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라기보다는 「돈 놓고 돈 먹기」식 투기장으로 변모하는 데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제3시장 지정제도에 원인을 돌리고 있다. 현재 지정요건에는 감사인의 감사의견이 적정 또는 한정의견인 경우, 명의개서대행계약을 체결한 경우 등 일반적인 사항만 충족하면 되도록 돼 있다. 기업의 재무내용이나 사업내역, 기업가치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다. 증권업협회 김희영 팀장은 『원래 제3시장 지정제도에는 기업의 내재가치와는 별개며 투자자가 판단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못박고 있다.

결국 제도적 장치의 보완이 없는 이상 전혀 얼토당토 않은 사기성 기업이 제3시장에서 개미투자자들의 돈을 긁어먹는 사례는 드물지 않게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