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상가에 새로 매장을 하나 더 내려고 하는데 빈자리가 없어 못내고 있습니다. 설사 매물이 있어도 권리금이 워낙 높아 엄두를 못내고 있습니다.』
조립PC 및 주변기기 공급업체인 T사 K실장은 최근 컴퓨터 전문상가라고 불리는 선인상가에 진출하려 했다가 어느 한 곳 명함도 못내밀어 포기하고 말았다. IMF때에 비해 권리금이 대부분 수천만원씩 올랐고 길목이 좋은 곳은 1억원을 호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물도 거의 없고 매물이 나와도 부동산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잘 아는 사람들의 중개로 「끼리끼리」 사고 팔기 때문에 원하는 상가에 원하는 크기의 매장을 얻기란 하늘의 별따기가 돼 버렸다.
K실장은 하는 수 없이 용산 원효상가 뒤편에 있는 허름한 3층 빌딩에 사무실을 내고 영업을 하면서 이제나 저제나 하며 선인상가의 매물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안동환 선인상가 상우회장은 『경기가 회복되면서 컴퓨터·주변기기 매장을 내려는 사람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며 『권리금도 IMF때에 비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은 비단 선인상가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선인에 인접한 나진상가 19동도 그 영향으로 빈 매장이 거의 없으며 터미널전자쇼핑·전자랜드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특히 최근 전자랜드 3층의 대형 PC매장이 매물로 나왔는데 십수억원의 프리미엄이 더해져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알려져 매장 구득난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실감케 하고 있다.
또 나진상가 1층의 경우는 전통적으로 가전매장이 주류를 이뤘으나 이제는 컴퓨터·정보통신 유통업체들도 진출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어 가전 매장의 입지가 약화되고 있다.
테크노마트에서도 원하는 장소에 입점하기가 쉽지 않다. 전체적으로는 입점률이 100%에 못미치지만 이른바 「장사가 되는」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싸움이 전층에 걸쳐 벌어지고 있다. 아직 사람들의 왕래가 상대적으로 적은 장소는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으나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와 가까이 위치한 이른바 로열 자리는 상상을 초월하는 권리금을 제시해도 구하기 쉽지 않다.
층별로는 6층 통신기기 매장 입점이 가장 어렵다. 6층에는 지난해부터 각종 AS센터와 전시장들이 들어서면서 이동전화매장을 중심으로 서로 입점하려 줄을 서고 있다. 컴퓨터 및 주변기기 매장이 밀집해 있는 7·8층도 입점률이 100%에 가깝고 다른 층도 거의 95% 입점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의 75% 수준과 비교하면 많이 늘어난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매장 소유자들이 너무 큰 폭의 임대료 인상을 요구해 임대료 협상기간인 3·4월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제전자센터는 현재 입점률 95% 정도를 보이고 있다. 다른 전자상가에 비해 매장 구하기는 쉬운 편이지만 1년전 입점률이 70% 정도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괄목할 만한 수치다. 특히 상권에 비해 다소 낮은 임대료가 책정됐다고 판단한 여타 상가의 상인들이 속속 입점하고 있어 상가 관계자들은 이달중으로 입점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통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