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빗장 풀린 남북경협>정보통신

분단 이후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 성사라는 메가톤급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간 물밑에서 진행되던 국내 통신사업자들의 대북 진출이 급물결을 타게 됐다. 북한은 체제 특성상 서방 국가 혹은 중국과 같이 전면적 통신시장 개방은 없을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라 경제특구를 중심으로 한 통신 인프라 구축을 우선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통신현대화 방향=100인당 전화(유선)회선수가 5회선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낙후된 북한의 통신시설을 어떻게 현대화시킬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북한 당국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경제특구를 중심으로 무선망을 건설하고 이곳과 평양 등 기존 대도시 구간은 유선망으로 연결하는 방안이 첫째다. 만약 북한당국이 전면적 통신 현대화 사업에 착수한다면 광대역무선가입자망(BWLL) 등을 도입할 가능성도 있다.

 이 두 가지 모두 엄청난 재원이 소요되는 유선 네트워크 건설에 비해 투자비가 절감된다. 대부분의 후발개도국도 이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대북 통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현대(온세통신·하나로통신)와 한국통신 등은 유무선 통신망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현대의 그랜드플랜=대북합작사업의 주축인 현대그룹은 통신망 현대화사업에 총력을기우이고 있다. 온세통신이 전담사업자인 현대의 그랜드 플랜은 광케이블 건설, CDMA망 구축 등 디지털 유무선 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북한에 기술까지 일부 지원하는 것이다.현재 8회선의 통신망을 운용중인 금강산 사업의 경우 조만간 2단계 사업을 시작한다. 우선 4000회선 규모의 유무선망 구축사업을 북한과 공동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금강산 지역은 자연환경을 고려, 무선망으로 구축하고 강원도 통천 경공업단지 및 통천비행장에도 통신시설을 완비할 예정이며 이 설비를 통해 통천 현지주민들에게도 통신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온정리-원산-평양을 잇는 155M 광전송장비 및 제반 장치를 설치하고 △관광지 주변지역에 45M급 가입자망을 구축한다.

현대는 서해공단 프로젝트를 대북 통신사업의 핵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대는 서해공단과 배후신도시 개발계획을 연계, 최첨단 기술을 총동원하는 단계별 통신망구축 계획을 갖고 있다.

2만 회선 규모의 CDMA 유무선 복합 교환기를 설치하고 문산-혜주 강령간 155M 광케이블 전송망 구축 또는 평양에 인텔샛 소형 위성지구국을 구축키로 했다. 현대는 이를 통해 남북한을 직접 연결, 제3국에 중개료를 정산하지 않고 남북통화가 가능토록 할 방침이다. 현대는 광가입자전송장치(FLC-I)를 이용한 가입자망 구축도 병행한다.

현대의 서해공단 사업은 온세통신과 하나로통신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는 국내에서 하나로통신에 B-WLL을 공급하고 있다.

◇한국통신의 움직임=공기업이라는 특성으로 대북 사업에서는 현대에 비해 다소 불리한 입장이지만 정부 차원의 경협에 적극적이다. 한국통신은 최근 관계자들이 방북, 북한의 통신 현대화와 시외전화망 구축사업을 논의했고 내달중 중국 베이징에서 재차 접촉키로 했다. 유선은 물론 무선·위성·데이터통신에 이르기까지 북한이 요구하는 모든 수준의 통신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한국통신은 단독 진출보다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논의되는 정부 당국자간 레벨의 협력사업에 더 주목하고 있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