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로 한동안 지지부진했던 부품 산전업계는 남북 경협 사업이 다시 활기를 되찾을 전망이다.
부품 산전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우수한 인력을 가진 북한에서의 임가공 사업은 국내 산업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바람직한 일』이라며 『정치적인 이유로 중단되다시피했던 남북 경협이 다시 활성화하기를 기대한다』라고 입을 모았다.
◇전자부품분야=전자부품분야는 당장 북한의 수요를 겨냥하기는 어렵다. 북한의 전자산업이 낙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보다는 국내에서 진출한 세트업체와 연계, 부품생산을 추진하거나 북한의 저임금을 활용, 임가공사업을 전개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중소전자부품업체들은 지난 97년부터 한국전자공업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북한에서 임가공사업을 조심스럽게 벌여 왔다. 한국전자공업협동조합은 지난 97년 8월 북한의 삼천리총회사와 임가공 계약을 체결하고 북한과 임가공사업을 진행해온 것이다. 회원사 중 극동음향, 한국단자공업, 삼화전자공업, 제일물산, 삼홍사, 성남전자 등 6개 업체가 북한 대동강공업단지 내 조립공장에서 인터폰·마이크·코일·단자등 전자부품을 임가공하고 있다.
그러나 한때 서해교전으로 임가공사업이 중단되는 등 지지부진한 상황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이번 남북 정상회담 성사로 대북 임가공 사업이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선 전자조합은 대북 임가공 참여업체를 현재 6개사에서 8개사로 확대한다는 계획 아래 기라정보통신(PCB 및 모뎀)·인터엠(PA 가정용 방송장비) 등 2개와 여타 임가공 협력 의향을 갖고 있는 회원사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한 제2차 방북 조사단을 올 상반기 내에 파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올해 전자조합은 지난해 남북 임가공 실적 20만 달러보다 배 이상 늘어난 40만 달러로 잡고 있다.
대기업계열의 부품업체들은 그룹계열사의 움직임에 맞춰 대북 진출을 노리고 있다. LG정밀, 삼성전기 등 대형 부품업체들은 당장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았으나 남북 경협이 활성화할 경우 노동집약적 일부 전자부품 사업에서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산업전자분야=북한의 전력 상황이 상당히 낙후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발전을 비롯한 변전·송전·배전 등 전 분야에 걸쳐 특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전력의 절대량이 부족한 것은 물론 인프라가 크게 미비, 전력 전분야에 걸쳐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발전 분야의 경우 북한 전력수요는 193억㎾h인 반면 공급 가능한 전력량은 142억㎾h로 전력수요의 44%가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분야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전선, 변압기, 차단기는 물론 불안정한 전력 사정으로 UPS의 수요도 크게 늘 전망이다. 그러나 북한의 송전방식이 220V 500kV로 우리와 달라 제품설계의 변경이 있어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당장의 수요보다는 기대치가 높은 상태.
이 밖에 자동화 부문은 북한이 섬유분야에서 초보적인 임가공 형태에 머물러 있어 큰 수요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공작기계 업계 역시 전략물자 수출입을 규제하는 바세나르 체제에 묶여 있어 당장의 수요는 없을 전망이다.
◇반도체 장비재료분야=현재 국내 반도체 장비·재료 업계에서 대북 경협 사례는 전무하다. 업계에서는 향후 반도체 장비·재료 업계에 남북 경협이 가시화되더라도 북한 현지에 임가공 라인을 구축해 제품을 만드는 것은 당장은 실현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에 업계 관계자들은 북한의 우수하고 저렴한 노동력을 남한에서 활용하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
성원에드워드 김중조 사장은 『현재 반도체 장비·재료 제조분야에서 이른바 「3D업종」으로 불리는 직종에서는 인력 구하기가 힘들다』면서 『북한의 노동자들의 질이 우수하고 임금도 저렴한 데다 언어 소통에 장애가 없기 때문에 이들을 남한에 데려와 장비 수리 및 마무리 작업에 투입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