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빗장 풀린 남북경협>북한 컴퓨터부문 특수 기대

컴퓨터 업계가 이번 남북정상회담 개최 소식에 당장은 서로 상반된 반응을 나타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컴퓨터 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컴퓨터 하드웨어의 경우 당장은 국제협약에 의해 북한에서 컴퓨터를 생산하거나 북한으로 컴퓨터를 반출하는 것이 막혀있는데 반해 소프트웨어나 이미 북한 현지에서 생산을 시작한 모니터 등 주변기기는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컴퓨터 산업 현황=북한을 최근 방문한 컴퓨터 업계 관계자들은 북한의 컴퓨터 산업이 최근 경제난으로 인해 관련 장비와 프로그램 등이 매우 부족하기는 하지만 인적 자원의 수준은 아주 높은 편이라고 전하고 있다. 북한정부 당국은 매년 전국 규모의 프로그램경진대회를 개최,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고 프로그램 개발 전담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이 분야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 2월에는 김정일이 직접 「제8회 프로그램경진대회 및 전시회」에 참석, 출품된 작품을 돌아보고 「학생들에게 어려서부터 컴퓨터 교육을 실속 있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북한에도 컴퓨터 열기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북한은 주요 대회 입상자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마음대로 입학할 수 있는 특권을 주고 있다.

이 같은 장려정책 덕분에 우수한 인재들이 소프트웨어 분야로의 진출을 원하고 있으며 컴퓨터 전문대학인 평양전자계산기단과대학·김책공대 등은 북한 내 우수한 인재들이 선호하는 곳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뛰어난 소프트웨어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하드웨어 보급률이나 관련 기술은 상대적으로 떨어져 있는 상태다. PC를 보유하고 있는 가정이 많지 않은 상태고 교수들은 펜티엄PC를 활용하지만 대학생들은 아직 386이나 486PC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

이처럼 북한 컴퓨터 산업이 열악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함에 따라 최근들어 북한은 민간단체나 기업을 통해 컴퓨터 분야에서의 남북교류를 요청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그 결과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개발 계획=지난 3월 13일 통일부의 승인을 얻어 북한의 조선컴퓨터센터와 공동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3월 22일 윤종용 부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중국 베이징에 조선컴퓨터센터 지사 설립을 완료함에 따라 보다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맺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양사의 협력은 삼성전자의 의뢰를 받아 조선컴퓨터센터가 소프트웨어 용역을 의뢰하는 형태로 이뤄지며 삼성전자는 앞으로 워드프로세서, 리눅스용 소프트웨어, 휴대폰용 게임 및 응용 소프트웨어, 휴대폰용 중국어 문자인식 소프트웨어, 사무용 오피스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한다는 것.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조선컴퓨터센터와 공동으로 개발협의회를 구성했으며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양사의 협력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MRI의 컴퓨터 모니터 생산 계획=IMRI는 2년 전부터 북한에 2000평 규모의 공장을 설립, 모니터용 인쇄회로기판을 월 5000대씩 생산하고 있다. IMRI 측은 이 공장을 모니터 완제품 공장으로 전용한다는 계획 아래 최근 모니터 완제품 생산을 위해 설비를 북한에 보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오는 6월부터 이 공장에서는 월 1000대씩 모니터 완제품이 생산될 것이라는 게 IMRI 측은 밝히고 있다.

IMRI 측은 북한에서 생산된 모니터는 대부분 국내로 반입하거나 중국에 수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유완영 IMRI 회장은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더라도 당장 컴퓨터 산업 분야에서 컴퓨터 특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지만 지금부터라도 기술이전 및 북한사람들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 앞으로 시장이 열릴 것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글과 컴퓨터의 워드프로세서 공동개발 계획=지난 98년 강릉 잠수함 침투 사건으로 중단됐지만 남북한 통일 워드프로세서 사업을 추진해온 한글과컴퓨터도 이 같은 남북간 경색분위기가 정상회담으로 완화된다면 이를 다시 추진하겠다는 의욕을 내보이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는 문서 제작을 담당하는 워드프로세서는 남북 교류에 필수적인 소프트웨어기 때문에 곧 전담팀을 구성해 내부 준비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글과컴퓨터의 관계자는 『이미 북한은 「창덕」이라는 자체 워드프로세서를 갖고 있지만 우리와 단어는 물론이고 자판 구성, 스크롤 방법 등 기술적으로도 차이가 많다』며 『하지만 서로의 기술력을 하나로 만들면 보다 완성도 높은 남북한 공동 워드프로세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컴퓨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