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콤이 인터넷 업계의 CEO 및 핵심인력을 배출하는 사관학교로 등장했다.
인터파크 이기형 사장이나 이네트 박규헌 사장이 일찌감치 벤처업계에 진출해 터를 닦은 것을 계기로 지난해말부터 이같은 움직임이 빨라졌다. EC인터넷사업본부 이사였던 김일환씨가 한국통신하이텔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겨 화제를 모았고 천리안 사업단장이었던 문상환씨는 UMS 전문업체인 다우인터넷 CEO를 맡았다. 이어 최근에는 천리안 사업지원팀장으로 마케팅전략을 구상했던 황병돈씨가 이쎄일 사장으로 취임했다. 현재 인터파크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유종리씨도 데이콤 출신이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으로서 인터넷 기술팀장을 맡았던 존 밀반씨도 사업을 준비중이다. 또 세림이동통신의 인터넷 사업을 전담하는 인터빌리지의 오익균 사장도 데이콤 초창기 멤버다.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는 데이콤 출신 기업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달 창투사 등록을 마치고 본격 출범한 드림디스커버리 최종표 사장도 데이콤을 친정으로 두고 있으며 UMS 업체인 웰컴넷을 설립한 서경하씨는 글로벌스타 사업팀장이었다. 또 천리안 마케팅팀에 있었던 황홍선씨도 인터넷 콘텐츠 업체 데이터하우스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처럼 데이콤 출신 인력의 인터넷 벤처기업 진출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은 최근 불어닥치고 있는 벤처 열풍과 평생직장의 의미가 퇴색, 능력과 기회만 있다면 새로운 도전도 마다 않는다는 기업문화의 변화가 맞물려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할 수 있다. 특히 데이콤은 인터넷 및 PC통신 초기부터 시장에 진출해 기술기반 인프라 구축은 물론 콘텐츠와 마케팅 능력까지 갖춰 한국통신과 더불어 국내 최대의 통신업체로 자리를 잡았고 이에 따라 실무 인력이 갖춘 수십년간의 노하우와 경험은 새로 시작하는 인터넷 벤처기업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로 인식됐다.
이같은 움직임은 국내 인터넷 분야에 데이콤 출신들이 삼성이나 KAIST에 이은 새로운 인맥을 형성, 이들간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 반면 갑작스런 대규모 인력 유출로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경험이 유실돼 한동안 어려움을 겪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들리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올 1월부터 데이콤을 떠난 직원은 70∼80명에 이른다고 데이콤측이 추정했다. 또 채널아이 사업을 담당할 별도법인 데이콤멀티미디어인터넷과 데이콤인터내셔날 사장 겸임이 내정됐던 박재천 전무도 데이콤을 떠났다.
이같은 원인에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자 하는 개인의 도전의식도 있지만 LG그룹이 최대주주로 결정되면서 그동안 이어져온 데이콤 고유의 사업방향이 변화되거나 개인의 거취 문제에 대한 불안요소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인터넷영업본부 박영신 본부장은 『데이콤 출신 인력이 퍼져나가 국내 인터넷 업계를 이끌어 가는 원동력으로 점차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이며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데이콤과 벤처기업이 함께 발전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