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시. 80만 한인들이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생활의 뿌리를 내리고 있는 곳이다. 이곳 LA 한인사회에도 지난해부터 인터넷 비즈니스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인터넷 비즈니스에 뛰어든 젊은이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중견 사업가들은 자신의 비즈니스에 인터넷을 접목하려는 시도에 나섰다. 여기에 재력가들을 중심으로 인터넷 벤처에 투자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아직은 인터넷 기업들의 출현이나 벤처펀드의 조성 상황 등이 한국과 비교하면 미약한 수준이지만 열기나 의욕만큼은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LA 한인들의 인터넷 비즈니스 열기의 현장을 둘러봤다.
▲인터넷 벤처기업 티메카와 클릭투아시아
현재 LA에서 한인이 경영하는 대표적인 인터넷 비즈니스 기업으로 꼽히는 곳이 인터넷 서점 티메카와 아시아 포털사이트 클릭투아시아다.
전문서적만을 비영어권 국가에 판매하는 인터넷 서점 티메카(http://www.Tmecca.com)는 미국내 한인들과 국내에서 수입(?)한 엔지니어들 10명이 모여 있다. LA 코리아타운에 바로 인접해 있는 2층 사무실에서 아마존과 반스앤드노블을 최후의 경쟁상대로 상정해 놓은 겁없는 젊은이들이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며 불을 밝히고 있다.
99년 6월 사이트를 개설한 티메카는 올초 국내에도 지사를 설립, 이미 제법 알려져 있는 상황. 지사 설립후 한국에서 주문이 밀려와 티메카의 CEO인 티제이 킴씨(김태진·36)는 아예 사무실에서 24시간 지내고 있다. 김 사장은 『한국을 포함, 외부에서 투자 제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내실을 더욱 다져 정당하게 투자를 요구하겠다』고 자신만만해 했다.
김 사장은 이곳 서적 도매업체에서 5년간 근무하며 틈틈이 구축해 놓은 전세계 서적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인터넷 서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아마존이 놓치고 있는 비영어권 국가의 전문서적 시장에 눈을 돌려 세계 시장 석권을 노리고 있다. 내후년쯤에는 미국에서 아마존·반스앤드노블과 직접 대결도 준비하고 있다. 어쩌면 좀 더 앞당겨질지도 모른다. 김 사장은 『꿈을 갖고 있다는 것이 내가 살아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라며 회사 사훈인 「가치, 비전, 드림」을 강조했다. 김 사장은 올해 안에 대만·일본·독일에도 지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LA 중심가에 입주해있는 클릭투아시아(http://www.click2asia.com)는 이미 LA에서는 유명세를 타고 있는 기업. 미국내 아시아인들을 대상으로 한 포털사이트로 지난해 10월 설립 이후 일찌감치 이 곳 현지언론의 조명을 받은 바 있다. LA 다운타운 사무실에서 만난 조셉 천 사장(30)은 『장기적인 비전은 아시아 최대의 종합 미디어 그룹』이라고 서슴지 않고 대답한다. 3년후쯤 아시아 유력 방송사를 인수하겠다는 야망도 숨기지 않았다. 젊은 패기로만 치부하기엔 지금까지 클릭투아시아가 보여준 성과가 만만치 않다. 홍콩 스타TV, 미국 브로드비전·사이베이스, 국내 소프트뱅크코리아 등으로부터 총 50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서비스 개시 석달만에 회원 50만명을 확보한 것도 적지않은 성과.
클릭투아시아도 국내에 현지지사를 올초 설립했다. 중국에도 지사가 설립됐고 현재 일본지사 설립 작업을 진행중이다. 전세계에 160여명의 직원을 둔 글로벌 회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오프라인 업체도 온라인에 눈을 돌린다
LA 한인교포들은 기본적으로 자영업을 기반으로 한 도소매업이 주 사업영역. 따라서 인터넷 마인드라는 측면에서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에 눈을 돌리고 적극적으로 이를 도입하려는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홀리트론의 찰리 임 사장(42)이 대표적. 홀리트론은 캘리포니아주에만 8개의 대형 가전매장을 갖고 있는, 이곳에서는 잘 알려진 유통업체. 임 사장은 현재 인터넷을 기반으로 사업을 전미대륙으로 확장하려는 야심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인터넷 전문 쇼핑몰 업체와 합작 벤처를 설립할 계획이다.
연매출 700억원의 중견 의류업체 백스테이지 우희준 사장(45)도 쇼핑몰 사업을 준비중이다. 우 사장은 『산업 전체가 인터넷으로 가는 것이 대세인데 그냥 있을 수 없어 준비중』이라며 인터넷 비즈니스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미 이 곳 의류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홈페이지를 개설했고 벤처기업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투자자와 벤처기업의 연결고리가 있다면
현지에서 만난 한인 사업가들은 가능하다면 엔젤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문제는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 MG하이테크머시너리 이광희 사장은 『이곳 한인들 중에는 상당한 재력가들이 많다. 또 이들은 벤처에 투자를 하고 싶어한다. 문제는 벤처를 평가할 만한 능력이 없는데다 그런 일을 대행해 줄 믿을 만한 기관이나 전문가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된 투자은행 같은 곳이 있다면 아마 크게 성공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한국 사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곳 한인들은 자신들도 「묻지마 투자」의 열풍에 끼어들고 싶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풍부한 자금이 있고 인재들이 있고 또 아시아와 미국을 잇는 중간 허브 지역이라는 점에서 LA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최적지라고 이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