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퍼웨어(Vapor-ware)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가상 제품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사전적으로 베이퍼(Vapor)라는 단어는 증기나 안개의 의미로서 허세를 부리거나 자랑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베이퍼웨어라는 말은 주로 컴퓨터기업들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으며 미래에 개발할 제품을 통칭하는 용어로 정의할 수 있다. 기업들이 베이퍼웨어의 발표에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향후 개발될 신제품에 대한 소개와 홍보를 미리 실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는 사용자(소비자)들로 하여금 당장 구입 가능한 경쟁회사들의 제품 구매를 연기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가령 소비자가 현재 최고 성능을 가진 A사의 컴퓨터를 구입하려는데 B사가 같은 가격대의 더 좋은 성능을 가진 베이퍼웨어 모델을 발표함으로써 구매결정을 늦추도록 하는 식이다.
두번째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현재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장래에는 가능하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음성인식으로 작동할 수 있는 베이퍼웨어 소프트웨어를 소개하면서 현실적으로는 업무 적용이 불가능하지만 멀지 않은 장래에는 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된다는 것이다.
베이퍼웨어를 내놓은 기업들의 동향을 보면 최근들어 바로 다음세대의 제품뿐 아니라 심지어 향후 수세대 이후의 것들까지 발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베이퍼웨어의 효과가 궁극적으로 시장의 흐름을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또는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고자 하는 데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 하겠다.
지금까지 베이퍼웨어 전략을 가장 적절하게 구사하고 있는 기업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등이 꼽히고 있다.
<논설위원 j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