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산업자원부는 국내 비메모리반도체산업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수출 통계를 발표했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비메모리반도체의 수출은 12억2600만달러로 전체 반도체 수출액 202억7200만달러의 6%에 그쳤다. 반면 비메모리반도체 수입은 64억6500만달러로 전체 수출액 161억3000만달러의 40%에 이른다.
국가적으로 메모리 수출로 번 돈을 비메모리 수입으로 「까먹는」 셈이다. 정책 당국과 업계는 이러한 메모리에 편중된 국내 반도체산업 구조가 갈수록 고착화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메모리산업과 달리 비메모리산업을 제대로 육성하지 않아서다.
우리가 반도체 강국이 되는 데 있어 메모리산업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쳐 더욱 큰 시장을 놓친 것도 사실이다.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비메모리의 비중은 82%. 우리는 고작 18%에만 매달려온 것이다. 그것도 가격변동에 따라 변화가 극심한 위험을 감수해왔다.
이러한 점에서 반도체 전문가들은 이제 이러한 산업구조의 큰 틀을 다시 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최근 창업과 정부의 투자의지가 강력한 ASIC을 이러한 산업구조 재편의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날로 힘을 얻고 있다.
ASIC은 그 자체로도 시장성이 높다. CPU·DSP 등 특화된 비메모리 제품을 제외한 ASIC 수요는 세계적으로 258억달러 규모다. 이 가운데 국내 ASIC산업의 비중은 2% 미만에 불과하다.
이러한 수치는 미약한 국내 ASIC산업을 보여주고 있으나 오히려 이는 그만큼 개척할 만한 여지가 많다는 주장도 있다.
다행히 최근 정부와 업계에서 ASIC산업에 대한 인식이 새삼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 등 관련부처가 각각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전문업체 설립 및 산업단지 조성, 전문인력 양성 등 ASIC업체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있다.
삼성전자·현대전자·아남전자 등도 수탁생산(파운드리)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어서 중소 ASIC업체들의 제품 개발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전자의 시스템IC사업을 전담하는 허염 전무는 『올해에는 국내 ASIC업체들을 위한 파운드리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이는 ASIC업체에는 물론 비메모리사업을 육성하려는 우리 회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국내 비메모리산업의 미래를 짊어진 ASIC업체들의 사업의지가 높다.
ASIC업체들은 저마다 자신 있는 전문 분야에 집중해 몇년 뒤 세계적인 업체로 발돋움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일부업체는 외국 시스템업체들이 탐을 낼 만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비메모리산업을 육성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ASIC산업을 먼저 육성하는 것이 순서』라면서 『최근 ASIC산업에 대한 정책 당국과 업계의 관심이 일과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산업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비메모리반도체를 내세운 투톱 체제의 구축이 시급하고 ASIC이 바로 이러한 체제를 일굴 기대주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김인구기자 cl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