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에서 첨단산업군의 조정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보기술산업의 인프라 역할을 하는 하드웨어 관련 업종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하드웨어 종목들은 인터넷 산업과는 달리 실적과 성장성을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미국의 유명 펀드매니저들이 인터넷 종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낸 이후, 나스닥시장을 중심으로 하드웨어 종목 강세 장세가 확산되고 있고 국내 증시도 이를 쫓아가고 있다.
조정장세가 한달 이상 지속되면서 IT산업중 소프트웨어 계열에 속하는 나스닥의 야후, 아마존, 레드햇,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솔CSN, 삼성물산, 새롬기술,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인터넷 및 전자상거래 종목들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외 인터넷 관련업체는 그동안 가시적인 실적을 거두지 못한 채 과다하게 상승, 거품론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맥을 잃고 있다.
반면 나스닥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어플라이드머터리얼스, 시스코시스템스는 지난 3월 이후 큰폭으로 상승했고 국내의 삼성전자, 현대전자, LG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등도 3월부터 상승일로에 있다. 인터넷 산업이 성장하려면 IT산업의 기간망이라 할 수 있는 하드웨어 산업 발달이 선행해야 한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간파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반도체 공급 부족, 디지털 가전 수요 증가 등 하드웨어 관련 산업이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시장조사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투자자들의 눈길이 집중되고 있다.
하드웨어 계열의 강세는 최근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매수동향에서도 잘 나타난다. 외국인투자자들은 3월부터 4월 초까지 한국전력, LG전자, 삼성SDI, 삼성전자, 현대전자, 삼성전기 등을 눈에 띄게 사들였다. 이에 대해 현대증권 한동욱 애널리스트는 『이 종목들은 TMT(Telecom, Multimedia, Technology) 투자 붐에서는 소외됐지만 IT 및 하이테크 성장붐의 수혜를 볼 수 있는 종목들로 평가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TMT 투자붐이 냉정을 찾으면서 실적을 동반한 종목들로 외국인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아직 인터넷 종목과 하드웨어 종목들의 차별화가 진행되지는 않았다. 현대증권 엄준호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컴퓨터, 컴퓨터 부품 및 통신단말기 등 하드웨어 계열 주식들이 최근 코스닥 급락세와 함께 하락했으나 이 산업들이 확대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할 것』으로 지적했다. 코스닥시장이 나스닥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점을 주목한다면 코스닥시장에서도 하드웨어 종목 위주의 차별화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