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큰 폭의 상승무드를 타던 코스닥시장이 전일 나스닥시장의 폭락 여파로 또다시 곤두박질쳤다. 현재 코스닥시장은 거의 시차를 두지 않고 나스닥의 움직임에 실시간 반응하는 그림자장세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들어 나스닥시장의 영향력이 가히 절대적이라지만 국내 증시가 외풍에 의해 불과 하루만에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는 장세는 심각한 「증시사대주의」 현상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코스닥시장의 근본적인 체질개선과 함께 첨단 정보기술(IT)주의 정확한 투자지표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1일 코스닥시장은 나스닥지수의 급락반전 소식이 반영되면서 남북정상회담 발표재료가 이틀을 못버티고 날개 없는 추락장세를 보여 전일보다 18.07포인트나 빠진 205.51로 내려앉았다. 투자심리도 급속도로 냉각돼 그동안 매수우위를 보였던 개인투자가들이 대량 매물을 쏟아냈다. 하락종목 수가 398개에 이른 반면 상승종목은 85개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심화되는 증시간 동조화경향을 IT주 중심의 첨단기술주 시장이라는 공통된 특성에서 찾고 있다.
신영증권 박세용 연구위원은 『인터넷·정보통신 등 첨단 IT종목의 경우 현재로선 성장성을 검증할 수단이 없다』면서 『지수추이를 좌우하는 IT종목이 나스닥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시장도 같이 움직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그동안 단기상승폭 과다로 나스닥시장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점도 코스닥시장의 위축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K증권 박용선 투자정보팀장은 『첨단기술주에 대한 정확한 투자지표가 마련되지 않는 한 코스닥의 나스닥 의존은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결국 투기적인 매매관행도 이같은 경향에서 비롯된 만큼 결코 바람직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세용 연구위원은 『현재 증시분위기를 주도하는 IT종목이 실적에 맞는 주가평가를 받을 때 증시간 동조화 현상도 다소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