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CB 난발, 주가하락 우려

코스닥등록 정보기술(IT) 업체들이 해외전환사채나 해외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의 발행으로 해외시장에서 자금을 모으는 경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해당 업체의 주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증권시장에선 해외전환사채 발행 등 해외시장의 자금조달이 외자유치라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받아들여져 해당 업체의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돼 주식시장에 한꺼번에 풀릴 경우 주가 하락으로 인한 기존 주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해외전환사채 발행 결의 경우 지난 1월 세원텔레콤 등 3개 업체에 불과했지만 2월에는 범아종합경비 등 5개 업체, 3월에는 맥시스템 등 11개 업체로 매달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 코스닥시장의 폭락으로 IT업체의 주가가 신고가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있어 보다 싼 가격에 해외전환사채 발행이 가능해짐에 따라 해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는 업체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해외전환사채가 단기간에 주식 전환이 가능하고 헷지(hedge)펀드 등 단기 평가차익을 노리는 펀드가 투자에 참여하고 있어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해외전환사채는 기존 주주들이 참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유상증자와 성격이 크게 다르고 단기간에 투자금이 주식으로 전환돼 국내 증권시장으로 유입될 경우 주가하락으로 개인투자자들이 손해볼 가능성이 높다.

코리아링크는 다음달 지난해 매출액의 2배에 가까운 5000만 달러(약 60만주) 규모의 해외전환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당초 이달에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주가 하락으로 해외전환사채 발행일을 한달 정도 연기한 것. 하지만 해외전환사채 발행 이후 석달이 지나면 주식전환이 가능해 수십만주가 한꺼번에 증권시장에 풀릴 경우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 대해 코리아링크 권형문 이사는 『해외전환사채 규모가 총 발행주식 수의 10% 정도여서 주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증시전문가들은 해외전환사채가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굿모닝증권 반영원 연구원은 『해외전환사채 발행으로 확보한 외자로 신규사업유치 등 기업 가치를 높일 수도 있지만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증시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유치 자금으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부채 비율이 높아져 기업 가치가 하락하고 주주들은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일부 IT업체는 해외전환사채 발행을 취소하거나 계획을 유보하고 있다.

골드뱅크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달 30일 2500만 달러 규모의 무보증 해외공모전환사채 발행을 돌연 취소, 눈길을 끌었다. 골드뱅크는 『투자의사를 밝힌 곳이 헷지펀드 성향이 강해 일시적으로 주가를 띄워놓고 주식으로 전환해 자금을 빼내갈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며 『주주들의 피해가 우려돼 해외공모전환사채 발행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