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간 정보공동체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고도 험하다.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 당사자였던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조차 『회담중에 언어의 장벽을 크게 느껴 매우 놀랐다』고 실토했을 정도다.
『민간교류의 첫단추는 학술정보 교류에서부터 물꼬가 터져야 합니다. 학술정보 교류는 사람이나 물자의 왕래가 필요없기 때문에 남북당국이 허용만 한다면 매우 활발하고 왕성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분야입니다.』 학술연구정보 서비스를 관장하고 있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관계자의 말이다.
새 박사로 유명한 윤무부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가 북에 있는 아버지와 철새를 이용해 서신으로 왕래했던 일은 아직도 세간에 회자되고 있다. 당시 윤 박사는 분단으로 생이별한 아버지와의 간접적인 만남을 최고의 기쁨으로 여겼지만 같은 학자로서 학술분야의 교류가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남북한은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각종 분야에서 서로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반쪽의 학술연구만이 진행되고 있다. 남북한간에 학술정보가 본격적으로 교류된다면 남북한간의 학술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은 물론 이 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언어의 이질화도 상당부분 극복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국내 학술정보는 크게 세곳에서 관리하고 있다. 교육부 산하 한국교육학술정보원과 과학기술부 소속 연구개발정보센터(KORDIC), 산업자원부 소속 산업기술정보원(KINITI) 등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는 인문·사회과학분야의 학술정보를 주로 제공하고 있으며 KORDIC와 KINITI에서는 과학기술 및 산업분야 학술정보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들 학술정보는 전국 150여곳의 대학과 학회에서 보유하고 있는 각종 문헌에 대한 서지와 초록, 그리고 단행본의 경우 원문까지 제공된다.
『과학기술정보의 경우 국내에서 5000∼6000종 정도의 해외학술지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정도의 해외학술정보는 전세계에 유통되고 있는 학술정보량의 10% 정도밖에 안됩니다. 때문에 북한과 교류가 된다면 남북한이 각각 보유하고 있는 해외 과학기술 학술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대단한 효과를 올릴 수 있습니다.』
연구개발정보센터 관계자는 남측에서 북한이 자체 보유하고 있는 과학기술정보를 활용할 가치는 그리 높지 않겠지만 돈이 많이 드는 해외학술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교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크다고 지적했다.
북한에도 국내 학술정보망과 유사한 네트워크인 과학기술정보센터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학술정보교류는 국내 학술망과 학술정보 서비스를 북한 과학기술정보센터의 망과 서비스에 연동시키기만 하면 손쉽게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학술정보의 교류는 남북한간 학술정보에 대한 공유와 그로 인한 학술분야의 시너지효과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학술정보의 교류는 남북한 대학과 학술단체들이 인터넷을 통해 하나가 될 수 있는 장이 될 것입니다. 학술정보망을 통해 인적·물적 교류에 비길 수 없는 대단위·대규모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셈이지요. 언어의 이질화는 학술정보교류가 활발해지면 자연 극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국어정보학회 관계자는 인터넷을 통한 학술정보의 교류가 남북한간 교류의 시작이자 정보공동체를 완성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