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구성하는 각 부품은 기술적으로 발전을 거듭해왔다. 하루가 다르게 고속처리 제품이 출시되는 중앙처리장치(CPU)보다는 더디지만 컴퓨터의 작업공간 역할을 담당하는 메모리도 갈수록 기능이 강화된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486PC 시절의 FPM 메모리에서 EDO 메모리를 거쳐 현재는 PC100 SD램으로 메모리의 주류가 바뀌어왔다. 최근에는 133㎒ 시스템 버스를 지원하는 주기판이 등장하면서 성능을 발휘하기 시작한 PC133 SD램과 SD램에 비해 데이터 처리속도가 빠른 램버스 D램이 메모리 시장의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아직 PC133 SD램을 지원하는 주기판은 대중화하지 않았고 램버스 D램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미래가 불투명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SD램과 램버스 D램 이외에 SD램의 구조를 변경해 성능을 높인 VC(Virtual Channel)메모리가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VC메모리 기술은 일본 NEC가 개발한 것으로 현재 비아(VIA)694X 칩세트와 비아 KX133 칩세트를 채택한 주기판에서 사용할 수 있다.
기존의 SD램과 비교해 외관상 차이는 거의 없다. 일반 SD램과 마찬가지로 54핀 패키지를 사용했으며 동작 전압도 3.3V를 사용한다. 또 인터페이스도 SD램과 같다. 따라서 주기판의 메모리 컨트롤러가 VC메모리를 지원한다면 일반 SD램도 함께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하나의 주기판에서 SD램과 VC메모리를 함께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격은 동일한 사양의 SD램에 비해 VC메모리가 2배 가까이 비싸다.
이번 리뷰에서 사용한 VC메모리는 일본 멜코사 제품이다. 표1 참조
<표 1. VC메모리 주요 사양>
모듈 제조사
멜코(MELCO)
칩 제조사
NEC
부품 번호
D4565821G5-A75-9JF
비고
PC133(133㎒)
용량
128MB
사이클 타임
7.5ns
패키지
TSOP
CAS latency
2
VC메모리의 특징
빠른 처리속도
VC메모리는 메모리 셀어레이(Cell Array)와 입출력 인터페이스 사이에 고속 채널을 넣어서 외부에서 들어온 인터페이스와 채널간의 데이터 읽기·쓰기 동작을 먼저 처리하면서 채널과 메모리 셀어레이 사이의 데이터를 동시에 독립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렇게 데이터의 내부 처리과정을 데이터 읽기·쓰기 작업과 동시에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메모리의 데이터 전송시 나타나는 병목현상을 줄임으로써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성능을 낼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일반 SD램은 메모리 셀과 입출력 인터페이스간에 데이터를 전송할 때 셀에서 내부 작업처리를 기다려야 하는 지연시간이 발생하게 되는데, VC메모리는 채널이 중간에서 버퍼 역할을 함으로써 동시작업이 가능해 지연시간을 단축시키고 전송속도를 향상시키는 것이다.
또 메모리 셀과 채널간의 데이터 전송시 256바이트 내부 전송버스를 사용함으로써 고속처리가 가능하다. VC라는 이름은 채널을 가상으로 만들어 사용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채널 자체가 고속으로 동작하기 때문에 마치 하나의 가상 메모리 역할을 한다고 해서 지어진 것이다.
개별 데이터 통로 구성과 저전력 소비
VC메모리 기술은 버추얼 채널을 메모리 마스터마다 제공한다. 따라서 각각의 메모리 마스터는 메모리에 접근하기 위한 개별적인 고속 통로를 별도로 구성하고 있다. 이렇게 버추얼 채널이 독립적인 접근을 함으로써 메모리 마스터의 접근 지연시간을 줄이고 데이터 할당을 용이하게 만들어준다.
또 VC메모리 기술은 소비전력 절감 효과가 있다. 인터페이스와 채널간의 데이터 처리만을 실행할 때는 메모리 내부작업 상태를 대기상태로 설정하기 때문에 같은 사양의 SD램과 비교해 50% 가량의 전력 사용량 절감을 얻을 수가 있다.
따라서 VC메모리의 저전력 소비 기술은 전력소비가 매우 중요한 노트북 컴퓨터 등 모바일 컴퓨팅 기기에서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VC SD램의 성능 테스트
이러한 특징을 가진 VC메모리는 과연 SD램에 비해 얼마나 성능이 높을까? 앞서 말했듯이 SD램에 비해 가격이 비싼 VC메모리의 성능도 그 값을 할까?
비교제품은 현재 국내시장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현대전자의 PC133 SD램과 멜코의 VC메모리다. 두제품은 동일한 133㎒ 시스템 버스를 지원하는 제품으로 사양은 모두 같지만 VC메모리는 CAS latency가 2이고 PC133SD램은 CAS latency가 3이라는 차이가 있다.
테스트는 윈튠 메모리 테스트 등 4가지 프로그램으로 진행했다. 테스트에 사용한 시스템은 다음과 같다.
테스트 환경
주기판 : ASUS P3V4X(VIA 694X)
CPU : 인텔 펜티엄Ⅲ 600㎒(133㎒)
비디오카드 : 엘사 이레이저 X
HDD : 맥스터 51536U3
운용체계 : 윈도2000 프로페셔널
윈튠 1.0.42 메모리 테스트
윈튠 메모리 테스트를 이용한 벤치마크 결과에서는 일반 SD램과 VC메모리의 성능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게 나타났다. 적게는 동일한 속도부터 크게는 최고 초당 22MB의 차이를 보였다. VC메모리가 SD램보다 뒤지는 항목은 없었다.
VIA 694X 환경
VIA KX133 환경
산드라2000 프로페셔널 메모리 벤치마크
산드라2000으로 테스트한 결과를 보면 VC메모리가 SD램에 비해 성능상으로 큰 우위를 나타냈다. 테스트 항목에 따라서는 VC메모리가 20% 이상 높은 성능을 보였다. 산드라2000의 메모리 벤치마크는 메모리의 성능만을 테스트하는 것이 아니라 CPU와 그 내부의 캐시 등과 연관된 메모리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것으로 VC메모리가 CPU나 주기판과 함께 작동할 때 더욱 높은 성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VIA 694X 환경
VIA KX133 환경
패스마크 퍼포먼스 테스트 2.0a 메모리 테스트
패스마크 테스트에서는 두가지 메모리의 성능이 대동소이하게 나타났으며 오히려 두가지 항목에서는 오히려 SD램의 성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VIA 694X 환경
VIA KX133 환경
퀘이크3 아레나 테스트
퀘이크3 아레나 테스트는 16비트와 32비트 모드 2가지로 나눠 테스트를 진행했다. 16비트 모드에서는 모든 옵션을 최하로 설정해서 테스트했다. 694X의 환경의 경우 640×480과 800×600 해상도에서는 VC메모리가 2프레임 가량 빨랐으며 해상도가 올라갈수록 그 격차는 점차 줄어들었다.
VIA 694X 환경
VIA KX133 환경
32비트 모드 테스트는 모든 옵션을 최상으로 설정했으며 낮은 해상도에서는 16비트 모드에 비해 성능차이가 적게 나타났다. 16비트 상황의 테스트와 마찬가지로 해상도가 올라갈수록 성능차이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VIA 694X 환경
VIA KX133 환경
현저한 차이는 아니고 기대에 못미치지만 아직은 희망 있어
테스트 결과를 종합하면 SD램에 비해 VC메모리가 가격의 차이만큼 큰 성능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네가지의 테스트 중 산드라2000이 가장 큰 20% 정도의 성능차이를 보였을 뿐이다.
그 이유는 아직 VC메모리를 지원하는 주기판이 한정적이고 시작 단계이기 때문이다. 이 점을 감안한다면 VC메모리의 성능을 100% 발휘할 수 있는 주기판이 등장할 경우 VC메모리의 숨겨진 가치가 드러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VC메모리에 적용된 각종 기술은 SD램과 램버스D램에도 적용할 수 있어 각 메모리 제조사들은 VC메모리 기술을 자사의 메모리에 적용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VC메모리는 SD램이 아닌 일반 D램, 플래시 메모리, 그리고 마스크롬(Mask ROM) 등 비교적 느린 메모리와 비교하면 현저한 성능향상을 가져올 수 있으며, 차세대 메모리 분야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또 일반 PC뿐만 아니라 서버급 대형 시스템과 게임 콘솔, 가전기기 등 다양한 적용범위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차세대 메모리의 하나로 개발중인 SLD램은 이미 VC메모리 기술을 채택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유명 게임기업체인 일본의 닌텐도는 차세대 게임기에 VC메모리를 채택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점을 종합해볼 때 SD램의 차세대 주자 위치를 VC메모리가 차지할 것이라고 속단할 수는 없지만 VC메모리의 기술이 차세대 메모리에 적용될 것임은 분명하다.
<분석=원수연 raven@kbenc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