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대표 윤종용 http://www.sec.co.kr)와 LG전자(대표 구자홍 http://www.lge.co.kr)가 디지털경영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기업문화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회사 차원의 디지털 경영제도 도입과 함께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사업부 차원에서 독자적으로 디지털 경영제도가 실시되는 등 창의적이면서도 신속한 기업문화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4일 수원에 있는 삼성전자 디지털디스플레이총괄에서는 이사급 이상의 임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진대제 사장이 임원 40여명과 신임사원을 포함한 평사원 30여명 등 70여명을 갑자기 소집, 디지털경영 방안모색을 위한 워크숍을 열었기 때문이다. 글로벌시대에 초를 다투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임원급 40여명이 업무에서 손을 놓고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라는 게 삼성전자 관계자의 설명.
이날 워크숍에서는 디지털시대에 삼성전자가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진 사장은 이날 『삼성전자에 있던 사람이 밖으로 나가면 삼성에 있을 때보다 3배는 더 높은 효율을 올린다』며 『그 이유가 무엇인가를 찾아내 삼성전자에서 일하면서도 3배의 효율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임직원들은 밤늦도록 격의 없는 토론을 벌였다. 진 사장은 이날 행사를 마치면서 임원과 평사원이 함께 참여하는 토론의 장을 매분기 한번씩 갖겠다고 밝혔다.
사장과 평사원이 한자리에 모여 회사의 앞날에 대해 격의 없는 토론을 벌이는 것은 과거의 삼성전자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디지털시대를 맞아 과거 권위적이고 경직됐다는 평을 들어왔던 삼성전자가 혁명적인 자기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영업을 표방하고 있는 삼성전자 국내판매사업부도 디지털시대에 맞는 기마형 영업조직을 구축하기 위해 IT교육 이수자를 대상으로 「IT 마일리지 콘테스트」를 실시키로 했다. 이 콘테스트는 삼성그룹에서 운영하는 「e-Test」의 IT 자격시험을 취득하고 SDS, 삼성인력개발원, 삼성전자 마케팅연구소 등이 운영하는 웹사이트를 통한 IT교육과정을 이수하면 실적이 우수한 사원에 대해서는 격려금을 지급한다. 이밖에 유통사관학교를 운영, 대리점 사장과 영업담당자들이 직접 컴퓨터를 조립하고 인터넷을 활용해보는 등 디지털시대에 맞는 영업마인드 확산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쟁터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영업부문이 변해야 진정한 디지털경영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LG전자도 디지털경영체제를 도입하기 위해 최근 전직원의 복장을 자율화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LG전자가 남들보다 먼저 복장자유화를 들고 나온 것은 그동안 LG가 갖고 있던 보수적인 이미지를 벗어버리기 위한 노력의 하나다.
넥타이와 정장을 벗어버리고 출근하게 된 LG전자 한 직원은 『집에 양복밖에 없어 입사 이후 처음으로 캐주얼 스타일의 진바지와 재킷을 샀다』며 자유로운 복장으로 출근을 하게 되니 근무분위기가 새롭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복장에서부터 시작해 조직의 명칭을 디지털로 바꾸고 회의실과 식단 이름도 디지털화시키는 등 모든 것을 디지털로 바꾸는 작업이 한창이다.
LG전자 한국영업부문도 디지털 영업마인드를 고취시키기 위해 매장의 디스플레이를 디지털로 바꾸는 등 디지털 영업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과 LG의 디지털 경영마인드 확산움직임이 현재까지는 대내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행사에 너무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진정한 디지털 경영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하 구분 없는 수평적 네트워크형 조직으로 변해야 하는데 지금까지의 조직변화는 위에서부터 아래로 전달되는 상명하달식으로 추진되는 등 개선해야 할 사항이 많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삼성 관계자는 『디지털경영이 이제 처음 도입되는 것인 만큼 시행착오도 많을 것』이라며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진정한 디지털경영의 모델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