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공동체의 물꼬를 트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는 원활한 인적 교류다.
지금까지 정보분야에서 남북교류는 다른 어느 분야보다도 활발히 이루어져왔다. 남북간 국어정보학자들은 비록 자리는 제3국이었지만 머리를 맞대고 컴퓨터용어나 자판·자모순·코드체계 등을 통일하는 작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이같은 남북 학자간 교류는 비정치적인 모임이라는 성격으로 인해 명맥을 유지했지만, 앞으로 남북경협이 본격화될 경우 남북간 교류를 위한 인적 토대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인적 교류의 중요성은 일단 남과 북의 정보환경이 상이하다는 데서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 남한이 하드웨어부문에서 우위에 서있다면 북한은 소프트웨어부문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교류가 본격화될 경우 가장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로 정보화부문을 꼽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 남한의 경우 펜티엄급 이상 고성능 컴퓨터가 개인에게까지 확대 보급되고 있지만, 군수물자로 전용이 가능한 고성능 컴퓨터나 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의 반입이 규제되는 북한의 경우 하드웨어산업에서 고성능 컴퓨터는 일부 계층의 전유물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정보화산업에 대한 투자는 첨단기술이나 첨단부품을 요하는 통신이나 컴퓨터 하드웨어분야보다는 소프트웨어분야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박찬모 포항공대 교수는 『이미 북한에서는 지문으로 인체의 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금빛말이라는 프로그램이나 한의학을 집대성한 고려의술 등 상당한 수준의 소프트웨어들이 개발됐다』며 『이같은 소프트웨어들은 남한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통용이 가능할 정도의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북한의 소프트웨어 전문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중국 북경에 연구센터를 세운 것도 북한의 우수한 전문인력을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의 소프트웨어 인력을 남한의 컴퓨터산업에 활용할 수 있다면, 반대로 남한의 정보기기 생산 및 개발인력을 북한에 보내 북한의 정보산업을 육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미 IMRI나 성남전자 등 북한에서 정보기기나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기업들은 자사의 기술진을 북한 현지에 파견해 현지인에 대한 기술교육과 생산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유완영 IMRI 회장은 『남북경협이 본격화되면 가장 시급한 것이 인력문제다. 북한 현지에서의 정보기기 생산을 위해 수많은 남한인력이 북한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지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앞으로 남북경협에서 성공할 수 있는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단순히 북한을 임가공 생산기지로 활용한다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탈피해 북한의 경제와 정보산업을 발전시키고 남한 정보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이른바 윈윈전략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남북 전문가간 교류가 선결과제가 된다.
남북이 정보화 공동체로 가기 위한 인적 교류 중 또하나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 게 정보화 관련 교수간 교류를 꼽을 수 있다.
남북 교수간 교류는 과거 국어학자들의 만남과 마찬가지로 가장 비정치적이지만 앞으로 남북 정보화 공동체를 형성하는 기초를 닦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 공동의 커리큘럼을 마련하고 이를 기초로 학생들에게 교육할 경우 분단으로 인한 이질감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남북간 공동으로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찬모 교수도 『남북간 인적 교류 중 가장 현실적인 게 기업인과 교수들의 만남』이라고 전제하고 『비정치적인 남북 교수간의 만남을 통해 남한과 북한의 정보화와 산업의 발전을 위한 여러가지 문제와 해결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물리적으로 교환교수제도가 시행되기 어렵다면 인터넷이라는 가상세계를 통할 경우 교환교수의 도입에 따른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북경협은 어차피 인적 교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국내 정보산업계가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정보화 분야에서만큼은 남북간 인적 교류를 통해 기대 이상의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