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급물결 전자상가>(7)재기를 위한 몸부림(상)...국제전자센터

『어? 강남에도 전자상가가 있네?』 『야! 크다.』 『깨끗한데!』

이달 초 개점 3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행사를 벌인 국제전자센터를 본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다소 뜻밖이라는 표정이 역력하다.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역과 이어진 국제전자센터는 교통의 요지인데다, 최신시설을 갖춘 강남 유일의 전자 전문상가임에도 불구하고 모회사 신원의 부도와 IMF라는 장애물을 넘어서지 못하고 그동안 소비자에게 이렇다 할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던 탓이다. 개점한 지 3년이나 지났지만 국제전자센터가 뭐하는 곳인지, 또 어디 있는지조차 소비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했던 것.

상인들도 그동안 모회사인 신원의 부도만을 탓하며 자포자기하다시피 했다. 상가 시장사업협동조합 관계자들은 지난해 속속 자리를 비우며 떠나가는 동료 상인들을 보며 『신원만 부도나지 않았어도, 아마 벌써 테크노마트 정도는 따라잡았을 거야』라며 한탄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경기회복과 새로운 조합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국제전자센터에도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동안 듬성듬성 비어있던 점포들이 지난해 말부터 속속 차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인기있는 위치는 프리미엄을 줘야만 입점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상가의 빈곳이 없어지고 상권이 자리잡아가는 모습을 보이자 조합을 중심으로 상인들도 이제는 뭔가 할 수 있다는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입점상인 대부분이 조합에 가입했고, 조합비도 착실히 모이고 있다. 상인들의 적극적인 관심 덕분에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국제전자센터는 총 2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개점이래 가장 큰 행사를 벌였다.

결과도 대만족이었다. 강남을 비롯해 수도권 각지에서 인파가 몰려 국제전자센터의 이미지를 확실히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기존 전통적 전자상가와는 달리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소비자에게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최근 들어서는 매출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상인들은 최고의 전자상가로 거듭나기 위해 요즘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상가 환경개선을 위해 빈 매장과 복도에서 빈 박스와 제품들을 모두 철거한 데 이어 건물내 금연을 선포했다. 또 상품진열의 높이를 제한하고 불법 부착물도 금지시켰다. 이를 위반한 점포에 대해서는 조합 차원에서 단전과 단수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일부 상인들이 『너무하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기도 했지만, 최고의 상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단계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지금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제전자유통센터 시장사업협동조합을 이끌고 있는 정호찬 이사장은 『국제전자센터는 앞으로도 갈 길이 멉니다. 우선 올해 안에 강남지역 최고의 전자상가로 자리매김한 뒤 앞으로 3년내에 테크노마트를 앞지를 계획입니다』라며 국제전자센터의 비전을 제시한다. IMF를 겪으면서 피지도 못한 채 고사의 위기에 빠졌던 국제전자센터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강남권의 전자유통 메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통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