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에 소재한 매코믹 센터에서 개막한 「컴덱스 스프링 2000」은 정보기술(IT)의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닷컴(.com) 시대의 개막을 선포한 이번 컴덱스는 인터넷과 전자상거래가 기존 기술과 시장에 급격한 변화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케 하는 자리였다.
더욱이 미국내에서도 전통적으로 제조업이 강한 시카고에서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세계적인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전문 전시회가 열려 바야흐로 첨단 기술 흐름이 인터넷을 기반한 IT기술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음을 입증했다. 이례적으로 미국 클린턴 대통령은 개막 둘째날인 18일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이번 전시회에 참가해 ’IT기술을 기반한 신경제(new e-conomy)와 정보 불균형(digital divide)에 관해 기조 연설을 할 계획이다.
이번 춘계 컴덱스의 주요 이슈는 단연 전자상거래였다. 다양한 인터넷과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웹 개발도구, 전자상거래 솔루션, 웹호스팅과 애플리케이션이 봇물을 이뤘다. 이번 컴덱스에 참가한 업체 수는 대략 700여개. 추계 컴덱스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앞으로 시장을 주도할 기술과 솔루션이 대거 선보였다는 평이다. 특히 전자상거래 관련 제품이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컴덱스 내에서도 비중 있는 분야로 자리매김했다.
전자상거래 솔루션에서 두드러진 현상의 하나는 객체 지향 기술, 이른바 콤포넌트 기반의 기술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콤포넌트 기반 기술은 주요 기능을 부품 단위로 개발해 이를 소비자나 고객의 입맛에 맞게 패키지 형태로 조립 개발 시간과 비용을 크게 단축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솔루션 시장을 주도했던 컴퓨터그래픽인터페이스(CGI) 방식이 점차 퇴조하고 대신 콤포넌트기반방식(CBD)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 봤다.
이는 CBD방식이 CGI보다 개발 기간을 크게 줄여 속도의 경쟁에 비유되는 인터넷과 전자상거래 비즈니스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숭실대학교 김수동 교수는 『정보기술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은 이미 콤포넌트 기반 솔루션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며 『이번 춘계 컴덱스에도 이를 실감할 수 있었고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기술 개발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00여개의 기술 세미나로 이뤄진 콘퍼런스에서도 전자상거래가 매일 주요 토론 주제를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XML과 e커머스 매니지먼트 기술 세미나에 많은 전문가들이 몰렸다.
전시업체 가운데에서는 3차원 솔루션 개발 엔진을 선보인 인사이드 유, 기업간·기업소비자간·기업정부간 전자상거래 종합 솔루션을 개발한 디지털커머스, 리눅스 기반 쇼핑몰 솔루션을 선보인 인트라DAT 등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또 점보몰닷컴, 세븐서치닷컴, 고에디슨닷컴 등 닷컴기업이 선보인 전자카드와 지불결제 솔루션도 눈길을 끌었다. 이 외에 정보보안과 관련해 전세계 8개 지역에 현지 법인을 갖고 있는 미국 알라딘시스템이 스마트카드를 비롯한 각종 인터넷 보안 솔루션을 선보였다.
국내업체로는 한국사이버피아가 콤포넌트 기반 전자상거래 솔루션을 선보여 현지에서 호평을 받았다. 한국사이버피아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3개 업체와 파트너십 관계를 체결하고 10여개 업체를 해외 대리점망으로 활용키로 계약을 체결하는 등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소프트포디, 삼테크와 미래를 여는 사람들, 다래정보통신과 같은 국내 솔루션업체도 각각 3차원 입체 영상 변환 솔루션, 멀티미디어 저작도구인 슈퍼매직, 웹필터링 및 모니터링 솔루션을 출품했다.
<시카고=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