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후반 국내 전자관련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 세운전자상가. 하지만 용산전자단지가 형성된 이후 전자상가의 맹주임을 자처했던 그 화려했던 모습은 조금씩 퇴색하기 시작했다. 70, 80년대의 전성기를 지나 30여년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뇌리 속에서 이제는 추억으로 남거나 지워졌다.
세운전자상가에 대해 아느냐는 질문에 한참을 생각하다 『아! 종로에 있는 그 허름한 건물이요? 그게 전자상가예요?』라고 대답하는 10대들에게는 어쩌면 전자상가 하면 누구나 세운전자상가를 떠올렸다는 명성은 이제 나이가 지긋한 장년층에게서나 이따금 들을 수 있는 무용담으로밖에 들리지 않을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처럼 침체돼 있던 세운전자상가에도 경기회복과 함께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아직은 가전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부품전문 상가로 새로이 자리매김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함께 건물을 보수하거나 서비스 개선 등을 통해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세운상가에는 요즘 청소년들이 북적이는 테크노마트나 용산전자상가만큼 인파가 몰리는 것은 아니지만 장년층을 중심으로 방문고객이 늘고 있다. 특히 가전유통점들이 전자부품분야로 업종을 전환하고 신규 부품유통업체들의 입점도 늘어나 기업체 관계자들의 발길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컴퓨터·가전 유통점들이 신흥 전자상가인 용산이나 테크노마트 등으로 자리를 옮기자 그 자리를 부품업체들이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부품업체의 입점이 잇따르면서 그동안 비어있던 가게들도 이제는 빈자리를 찾아볼 수가 없어졌다.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전제품 판매도 혼수시즌과 맞물려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도매를 중심으로 판매하면서 일반 소비자에게도 여타 상가들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어 소비자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처럼 세운전자상가의 경기가 살아나자 한때 사라졌던 잡화·소형전자제품을 취급하는 노점상들이 속속 다시 돌아오고 있고, 상가 맞은 편에 있는 공원에도 노점과 이동오락장 등이 자리를 메우고 있는 등 새로운 상권이 형성될 정도다.
낙후된 건물과 부대시설도 개선될 전망이다. 건설회사 몇곳이 파격적인 조건으로 세운전자상가의 내부구조 변경을 제안해왔기 때문이다. 사통팔달의 교통요지인데다 옛 명성을 되찾을 충분한 잠재력이 있고 세운전자상가가 부흥한다면 종로상권 전체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내부구조만이라도 초현대식으로 변경한다면 주고객인 중장년층을 비롯해 새로운 소비세대인 청소년층에도 그동안 축적된 유통노하우와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크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건물 소유주들과 상인들의 적극적인 변신노력이 기대된다.
<유통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