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가 인터넷 벤처 창업의 시기였다면 올해는 조정의 해가 될 것입니다. 지난해 미래가치가 인터넷의 화두였다면 올해는 현재의 가치가 중심축이 될 것입니다. 예년과 같은 투자는 없겠지만 대신 확실한 수익모델로 살아남는 기업은 더 많은 투자지원 혜택을 받을 것입니다.』
인터넷 벤처업체 사장들은 올해 인터넷 업계의 조류를 「이합집산」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동안 단비의 혜택을 맛본 기업들에 「적자생존」의 회초리가 가해지고 있다. 더 이상 막연한 미래는 투자의 대상이 아니며 투자했던 기업일지라도 현재가치가 없으면 가차없이 「팽」의 운명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를 먹고 사는 벤처기업들에도 꿈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실이라는 진리가 적용되고 있다.
◇현재가치 대한 투자=최근 벤처캐피털의 투자패턴은 바뀌었다. 더 이상 꿈만을 강조하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는 뜻을 비치고 있다. 현재 일정 수준의 매출과 수익이 일어나야 미래를 점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급자족은 못할망정 무리한 적자까지 감내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급작스레 투자패턴이 바뀐 데는 그럴 만한 이유를 갖고 있다.
현재 코스닥에 등록된 인터넷 벤처기업의 시장가치를 기업의 매출과 비교해 볼 때 적어도 10년후가 돼서야 적정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인터넷 벤처기업의 시장가치와 현실적인 매출이 10년의 괴리를 안고 있는 것이다.
매출과 시장가치가 크게 엇나간 것은 대부분 인터넷기업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 1∼2년 만에 흑자를 기대한다는 것도 우습지만 업계의 90%가 넘는 대다수가 적자에 허덕인다는 것은 산업 자체에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이들 기업이 단기간 내에 흑자로 돌아선다는 확실한 비전도 없다. 인프라가 부족하고 무엇보다 전자상거래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실용화되지 못했다.
앞으로 인터넷이 미래 산업의 견인차가 되리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현재 산업의 견인차라고 생각하는 사람 또한 별로 없다. 미래는 크고 현재는 약한 「가분수형 산업」이 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매출과 기업의 가치가 맞아떨어지는 적절한 투자를 이루기 위해 10년은 기다려야 하고 10년동안의 공백을 누가 메울 것인가는 남겨진 숙제다. 장밋빛 미래를 보기 위해 인터넷 벤처기업은 생존해야 한다. 생존의 요건은 수익이 따라야하고 수익이 따라주지 못할 경우 외부지원이라도 계속 따라야 한다. 그러나 외부지원은 무리수를 두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매출이 있는 곳에 투자가 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 투자는 않겠다는 게 최근 변화된 모습이다.
◇인터넷 기업의 생존전략=기업의 목표는 수익창출이다. 아무리 패러다임이 바뀌어도 경제원리는 냉엄하다. 수익 없는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시장가치를 높여도 주식만으로 기업이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수익을 올려야 현재가치가 높아진다. 이제 인터넷 기업은 미래를 꿈꾸기 위해 현재 먹고살아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현재가치를 높여야 하는 인터넷 벤처업체는 우선 시장 다변화 전략을 펴야한다. 미국이 IT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전세계를 장악하지는 못했다. 현재 미국의 전세계 IT시장 장악률은 70%선. 나머지 30%는 아직 열악한 환경으로 미개척지다. 먼저 발을 들여놓아 옥토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동남아시장의 경우 국내 인터넷 벤처업체들이 파고들기에 가장 좋은 시장이다. 포화상태에 이른 시장보다 개척의 여지가 많은 시장을 좇아가는 것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또 국내 대기업과의 동반관계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한때 모 벤처기업의 가치가 현대자동차의 가치를 넘어섰다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러나 주식의 가치일 뿐이다. 실질적으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고 조직과 사업을 연계시킬 수 있는 것은 대그룹이 유리하다. 대기업들의 경우 인터넷사업부를 신설하거나 별도법인으로 독립시켜 운영하고 있으나 체질개선이 안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벤처기업의 순발력과 기동성을 대기업의 자본과 조직에 결합시킨다면 이 또한 수익모델로서 현재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질주가 가속화되고 온라인은 오프라인의 도움이 필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또 하나 인터넷 벤처기업간 수평적 결합이다. 대부분 벤처기업들은 지난해 유치한 펀딩 자금 가운데 상당부분을 마케팅비용으로 소진한 상태다. 더 이상 무리한 마케팅비용은 적자를 가속화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업계 스스로 공동마케팅을 마련,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세워야 한다. 수익확보는 매출증대와 비용절감으로 이루어진다. 당장 매출확보가 어렵다면 비용을 절감하는 것도 차선책이다. 미래가치를 선도하는 현재가치 제고가 생존의 관건으로 급부상중이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