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IT벤처>그래도 e비즈니스다

막연한 두려움으로 간직돼온 벤처 거품론이 검은 월요일을 기해 현실화되자 국내 벤처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인터넷업계는 망연자실하고 있다.

비록 폭락의 반작용으로 상당폭으로 반등을 하고 있지만 코스닥으로 몰리던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묻지마 투자로 불리울 정도로 극성을 부리던 엔젤투자자금은 물론 캐피털사와 금융계에서 대기하고 있는 막대한 펀딩자금도 눈치만 살피고 있을 뿐 투자 기피증에 빠졌다.

벤처업계 관계자들은 『이제 자금을 구하기가 힘들어졌다』며 거품론을 부추긴 주역의 하나로 언론을 꼽으며 원망하고 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묻지마 투자처럼 극성스러운 벤처투자 열풍도 문제지만 이제 인터넷벤처는 물건너 갔다는 식의 조급성과 단견은 더 문제라고 지적한다.

순식간에 끓어올랐다 삽시간에 식어버리는 의식과 행동은 이제 버려야할 때라고 이들은 강조한다.

『거품론의 본질은 지나치게 과대평가 돼 있다는 측면이지 인터넷벤처가 거품처럼 사라진다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지금은 옥석의 구분없이 모든 인터넷벤처가 도매금으로 매도당하는 분위기입니다.』 모 인터넷 대표의 푸념이다.

『검은 월요일은 끝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모 회사 투자전문가는 말한다.

미국은 벤처산업이 30년째, 인터넷분야에서만 10년째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지적한 그는 기업가치 평가가 모호한 벤처분야에서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번갈아 있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곡선은 상당기간동안 상승곡선을 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 인터넷비즈니스의 시장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할 것이라는 게 세계 모든 분석기관들의 한결같은 전망이다. 오프라인으로 행해지던 거래가 대부분 전자상거래로 옮겨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물결이기 때문이다.

비록 과열됐다는 평가를 받기는 했지만 국내에서 불어닥친 인터넷벤처 열풍은 국내경제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체제로 이전시키는데 크게 공헌했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까지 인터넷비즈니스에 눈을 돌려 기존산업의 온라인화에 열중하도록 하는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금용 한국벤처기업협회 회장은 『최근 일고 있는 벤처에 대한 냉소적인 분위기 확산이 자칫 성장가능성이 큰 유망벤처의 발전은 물론 나아가 국내 전체산업계의 인터넷적응을 더디게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한다.

그는 이제 1년의 역사밖에 되지 않은 국내 인터넷산업은 초기의 환상에서 벗어나 견실하게 자리를 잡아가는 조정기에 접어들었다며 인터넷산업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넷비즈니스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소위 굴뚝업체 관계자들은 오히려 더욱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인터넷비즈니스에 대한 투자의욕을 불사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벤처의 힘이 약해진 지금이 뒤처진 인터넷비즈니스를 강화하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또한 조정기만 거치면 인터넷벤처에 대한 옥석이 가려지기 때문에 전략적 제휴 파트너를 찾기가 한결 수월해져 인터넷비즈니스를 보다 튼실하게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벤처캐피털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금이 잠시 대기하고 있을 뿐 부동산 등 다른 분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그동안 옥석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행해졌던 투자가 이번을 계기로 보다 정제되고 세련된 형태로 조만간 다시 재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벤처투자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옥으로 가려진 업체들에는 투자자금이 몰리는 반면 석으로 구분되는 업체들에는 한 푼의 자금도 구하기가 어려워 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국내 인터넷벤처와 인터넷비즈니스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다 정밀하게 성장해나가는 동시에 탄탄하게 뿌리를 내릴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일치된 지적이다.

인터넷 벤처들은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보다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개발에 주력하는 경향을 보이는 한편 오프라인업체들은 탄탄한 비즈니스모델을 발판으로 전자상거래에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터넷 벤처열풍을 주도했던 B2C 모델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는 반면 최근 전자상거래형태인 B2B 모델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를 대변해주고 있다.<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