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의 자료실 게시판에 B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내용이 C에 의해 업로드됐다. B가 A에게 항의하자 A는 바로 이내용을 삭제했지만 이미 400회의 조회가 이루어진 상황이었다. B는 A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
이러한 사실 관계에서 서울 지방법원은 B의 청구를 기각하면서 ISP 책임에 대한 다음과 같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사이버 공간의 특성상 저작권 침해 내용의 자료 전송이 이루어진 경우 1차적인 책임은 이를 업로드한 자에게 있다. 그러한 전송이 가능하도록 장소나 시설을 제공한 자(홈페이지 운영자 A)는 원칙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으나 다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경우에는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첫째 이용자의 침해행위를 적극적으로 야기한 경우, 둘째 권리자로부터 경고를 받아서 침해행위의 존재를 알고도 이를 방치한 경우,
셋째 이러한 침해행위를 통제할 권리와 능력이 있고 그 침해행위로부터 직접적인 재산상 이익을 받는 경우다. 이와 관련해 일본 닌텐도, 세가 및 미국 일렉트로닉 아츠사는 야후가 인터넷상의 경매사이트를 개설해 불법복제 게임소프트웨어 판매를 묵인했다는 이유로 샌프란시스코법원에 최근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들 회사는 야후에 몇 번에 걸쳐 이러한 내용을 사전에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야후가 이를 시정하지 않아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이 소송의 결과에 자못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의 디지털 밀레니엄 카피라이트 액트가 1998년 10월부터 시행되면서 주요한 내용 중의 하나가 ISP의 책임을 제한적으로만 인정한다는 점인데, ISP가 이러한 책임제한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우선 반복적인 침해행위의 내용을 패쇄하는 정책을 채택하고 이를 합리적으로 실행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향후 인터넷 관련 많은 분쟁의 중심에 ISP가 있을 터인데, 특히 경매사이트 등을 운영하면서 이러한 사이트를 통한 매매의 경우 일정 수수료를 받도록 되어 있거나 하는 경우는 위와 같은 우리 법원 판례에 비추어 경매사이트 운영자에게 여전히 면책의 해택이 부여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위조품의 판매 장소를 제공한 백화점 직원에게도 책임이 있을 수 있다는 우리 대법원 판례의 입장에서 보면, 홈페이지 운영자들은 홈페이지를 통한 이익창출 이외에도 합리적인 이용 약관 제정 및 이의 시행, 이러한 이용 약관을 어떻게 계약으로서 승격시킬 수 있는지 여부에도 지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기다.
<변호사·swhan@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