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95C는 사실상 IMT2000인가, 아니면 그 직전 단계의 이동전화서비스인가.
IMT2000이 기존 이동전화의 진화 개념이냐, 창조 개념이냐를 두고 논쟁을 벌였던 기간통신사업자들이 최근에는 IS95C 규격을 둘러싸고 「IMT2000이다」 「아니다」 하며 논란이 분분하다. 특히 SK텔레콤이 오는 10월부터 IS95C를 도입키로 했다고 밝히면서 직접 경쟁사인 이동전화사업자들은 물론 IMT2000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여타 유선계 사업자, 단말기 장비업계까지도 IS95C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일단 이동전화사업자들의 대체적 시각은 IS95C는 외견상의 규격이 IMT2000 개념에 부합된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진정한 IMT2000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쪽에 가깝다.
IS95C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초당 144Kbps의 속도로 데이터를 송수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IS95B가 64Kbps의 전송속도를 실현하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기술적 진보라고 할 수 있다. 144Kbps라면 동영상을 무리없이 전송하고 단말기를 통해 즐길 수 있는 수준이다.
더구나 IMT2000 서비스가 시작돼도 초기에는 144Kbps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구현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단순히 규격만 보면 IMT2000에 포함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일부 후발주자들은 설령 IMT2000 사업권 획득에 실패하더라도 IS95C를 도입, 서비스한다면 통신시장에서 퇴출되는 「비운(?)」만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 관측도 내놓고 있다. IMT2000 상용화 시점에서도 소비자들은 IS95C와의 차이를 별로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논리다.
IMT2000 사업권을 자신하는 사업자들은 IS95C가 IMT2000에 비교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한다. 이들은 IS95C가 성능면에서는 초기 IMT2000 서비스와 비슷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IMT2000으로 가는 징검다리 내지는 선행기술에 불과할 뿐이라고 정의한다.
기술적으로도 IS95C는 IMT2000 시장에서 이전과 같은 절대적 지배력을 누리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퀄컴의 틈새시장 공략 노림수가 숨어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IS95C는 기존 이동전화 주파수, 예컨대 800㎒대역의 셀룰러와 1.7∼1.8㎓대역의 PCS에서 운용될 뿐 2G 이상의 IMT2000 주파수에서 사용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IS95C를 둘러싼 이동전화사업자들의 고민 이면에는 엄청난 투자비와 시장전망의 불투명이 자리잡고 있다.
IS95C는 기존 교환국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도 가능하지만 사업자에 따라서는 아예 새로운 교환장비를 사들여야 한다. 이 경우 투자비는 상상을 초월한 수준으로까지 늘어난다.
이동전화사업자 가운데 가입자가 가장 적은 한솔엠닷컴의 경우 IS95C를 채택하면 이에 소요되는 비용만 5000억∼6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운용중인 장비에 따라 사업자별로 투자비는 다소 달라질 수 있지만 한솔의 예를 미루어 여타 사업자들은 이보다 많은 비용을 쏟아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의 네트워크 투자비에 시달리는 이동전화사업자들로서는 IS95C를 선뜻 도입하기가 쉽지 않은 규모다. 물론 이만한 거금을 투입하고도 수익을 낼 수 있다면 당연히 집행에 나서는 것이 기업이다. 하지만 수익성과 관련, 자신있는 사업자는 아무도 없다.
어차피 이동전화사업자들은 IMT2000 사업권을 따낼 경우 2002년 상용화에 발맞춰 내년부터는 조 단위의 천문학적 투자를 감행해야 한다. 또 사업자들의 주장대로라면 IS95C는 IMT2000이 상용화될 경우 시장에서 사라지거나 기껏 틈새시장 정도를 형성하는데 그칠 것이다. 이런 판에 수천억원을 투입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업계 관계자들은 SK텔레콤이 올 연말 서비스를 목표로 IS95C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것이 실제 상황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두고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풍부한 자금력과 시장 선도기업임을 자부하는 SK텔레콤으로서는 신세기통신 인수 여세를 몰아 IS95C를 서비스한다면 PCS 등 후발주자들과 확실한 차별화를 꾀할 수 있지만 투자 대 수익성을 고려하면 아무리 SK텔레콤이라도 일사천리식 추진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사업자들의 시각에도 불구하고 국내업계의 고질적인 과당경쟁 풍토가 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이다. IS95B 도입때도 그랬던 것처럼 어느 한 기업이 이를 서비스하면 나머지 경쟁사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따라가야 하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IS95B는 IS95C에 비해 투자비도 훨씬 적고(업체당 전국을 커버해도 1000억원 미만) 간단한 업그레이드 작업이었지만 당시에도 IMT2000을 앞두고 굳이 중간단계 서비스를 도입해야 하느냐는 부정적 견해가 엄존하면서 결국은 올해 전면적 상용화가 이루어졌다.
이와 관련, IS95B의 도입을 강력히 주장했던 사업자는 PCS였고 이를 반대한 것은 SK텔레콤이었는데 IS95C에 와서는 입장이 완전히 뒤바뀐 것도 음미할 만하다.
이동전화사업자들은 IS95C의 개념 논란에 종지부를 찍으려면 정보통신부가 유권해석을 내려주어야 하고 그 시기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입을 모은다. IMT2000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고 개념을 발표하면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