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아파트시장에서 진군가가 울려펴지고 있다.
건설·홈오토메이션·인터넷서비스·보안·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의 업체들이 「기회의 땅」으로 급부상하는 사이버아파트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전열을 정비하는 등 진입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업체들은 사이버아파트라는 새로운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독특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각 분야에서 갈고 닦은 노하우들을 그물망으로 연결, 사업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전략적 제휴 또는 합자형태의 컨소시엄 구성을 올해 초부터 경쟁적으로 벌여 마치 용광로를 연상케 하고 있다.
특히 주요 건설업체들은 소비자에게 주거생활과 관련한 토털솔루션 제공을 약속하는 한편, 사이버아파트의 인터넷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확고한 수익모델을 앞세워 기술력이 뛰어난 업체들을 최대한 협력업체로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다른 경쟁업체가 세운 아파트보다는 자신이 세운 사이버아파트를 좀 더 차별화시킴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우수한 협력업체 수는 더 많이, 인터넷서비스 속도는 더 빠르게, 분양한 인터넷서비스 지역의 범위는 더 멀리」를 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이버아파트시장에는 사실상 맹주는 없고 여러 컨소시엄이 이 시장의 분할을 시도하면서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사이버아파트시장=건설교통부는 올해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지난해보다 14만가구가 증가한 50만가구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11조3498억원을 중소형 분양주택·임대주택 등 공동주택 30만가구에 실질적인 지원금액으로 사용한다. 나머지 20만가구는 민간부문의 주택건설업체가 올해 건설에 들어간다. 건설교통부는 지난해 민간주택 가구수가 1.5배 이상 증가함으로써 중산층 이상이 주택경기를 주도하고 있고 특히 수도권과 중대형 아파트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건설업계는 민간부문이 20만가구 전량을 사이버아파트로 지을 경우 네트워크 구축과 인터넷 접속기기(정보단말기), 전용선망 설치 등 약 5000억원의 하드웨어시장이 새롭게 형성되고 공공주택 30만가구도 저렴한 비용으로 구축할 경우 사이버아파트시장은 순수하게 약 1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전자상거래와 부가서비스를 통해 파생되는 시장의 규모와 고정적인 회원수의 확보까지 감안한다면 실질적인 시장규모는 거의 산출이 불가능하다.
◇컨소시엄 구성현황=구성했거나 구성이 진행중인 컨소시엄은 크게 몇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대형 건설업체, 인터넷업체, 벤처기업 등 누가 주역을 맡느냐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현재 컨소시엄을 구성한 후 가장 두드러진 활동으로 사이버아파트사업에 착수하는 곳은 주요 대형·중견 건설업체가 직간접적으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건설업체형이다.
삼성물산 주택부문 등 13개 업체가 참여한 씨브이넷트, 대림산업이 10개 업체와 공동설립한 아이시트로, LG건설 등 19개 업체가 함께 설립한 이지빌 등이 그 대표적인 예에 속하며 이외 현대건설이 사이버아파트사업을 구체화하기 위해 현대정보기술 등과 추진중에 있다.
벤처기업형도 있다. (주)한국통신의 마이아파트넷이 건설업체와 네트워크업체 등의 지분을 받아 출범준비를 하는 것이 그것. 또 건잠머리컴퓨터가 효성건설 등과 같이 사이버아파트사업을 5월 초에 펼치기로 했다. 골드뱅크는 사이버아파트 브랜드를 독자로 운영하지 않고 다른 컨소시엄에 합류할 것으로알려졌다.
인터넷업체형의 컨소시엄은 네오센츄리시스템·모음정보가 주도하는 네오커뮤니티, 나이스넷·네띠즌 등 9개 업체가 뭉친 한국지역통신망사업자협회, 코스모정보통신·하나로통신이 공동으로 하는 사이버타운 등의 컨소시엄이 있으며 이외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업체도 다수 있다. 이처럼 사이버아파트시장을 겨냥한 컨소시엄의 탄생은 이 시장이 정착되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업계 현황=교통건설부는 현재 100대 건설업체 가운데 25개사가 법정관리·화의·워크아웃중이며 앞으로 얼마나 많은 업체가 도산될지는 미지수라고 지난 3월 중순께 발표한 바 있다. 비록 국제통화기금(IMF) 이후 경기가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건설의 수주산업 특성상 지난해 수주물량의 이월효과로 경기변동의 타격을 비교적 늦게 받는 반면 회복도 가장 늦은 산업이다.
일례로 멕시코는 외환위기를 94년 12월 겪고 96년에 졸업했으나 99년까지도 IMF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유일한 산업이 건설업이었다.
또 국내 건설업체 사이에 아파트 수주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IMF 시기에 건설업체의 부도로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의 피해를 귀와 눈으로 익히 보고 들었던 소비자들이 신뢰할 만한 대형 건설업체로 몰리면서 주택건설 수주상위 20개사가 연간 수주물량을 독식하고 있다.
지난해 상위 20개사가 수주물량의 47.5%를 차지한 데 이어 올해는 전체 물량의 56.3%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97년 이전 대형 건설업체가 수주한 물량이 35%임을 고려하면 수주가 대형업체로 편중되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따라서 주택건설업계가 당면한 지상과제는 「외환위기에서 얼마나 빨리 벗어나고, 어떠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느냐」의 2가지다. 이 생존과제를 풀기 위해 주택건설업체들이 사이버아파트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에 사이버아파트가 안정적인 분양을 보장받는 보증수표로 인식되는 등 인터넷 열풍이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전망=사이버아파트시장 선점을 위해 전략제휴를 체결하지 않은 주택건설업체 등을 잡기 위한 물밑경쟁은 각 컨소시엄간에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많은 주택건설업체를 컨소시엄에 끌어들이는 것은 일정규모 이상의 아파트 물량을 고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중견 건설업체들은 두곳 이상의 컨소시엄에 양다리를 걸치면서 실익을 얻을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저울질하다가 적어도 올해안에 분명한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건설업체들과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연계되지 않은 컨소시엄은 사라지거나 흡수됨으로써 3년안에 사이버아파트시장에서 맹주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