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사가 후원하는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회장 차재원)」의 4월 토론회가 지난 25일 경기도 분당 한국통신 회의실에서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 특허」를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모임에서는 세계적으로도 뜨거운 이슈인 비즈니스 모델 특허에 대해 국내외 동향과 개념 정의, 우리의 대처방안 등에 대해 걸쳐 법률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이 2시간에 걸쳐 열띤 대화가 오갔다.
이날 주제발표자로는 지평법률사무소의 임성택 변호사와 고승호 변리사, 중앙국제법률특허사무소의 공석환 변호사, 인터넷 비즈니스 컨설팅 업체인 벤처포트의 한상기 대표 등이 나섰으며 BM특허의 개념과 역사, 현황과 문제점 등에 대해 발표했다.
이어 벌어진 자유토론 시간에서 참석자들은 BM특허의 문제점에 대해 집중적으로 토론을 벌였으며 문제점은 인정하더라도 대세라는 차원에서 대책마련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대책마련과 기업들의 마인드 제고 문제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날 토론내용을 정리했다. 편집자
▲하원규(ETRI 정보통신기반연구팀장)
최근 일본정부가 발표한 「21세기 정보통신비전」이라는 보고서에서는 「인터넷 특허」가 곧 세계 정보통신산업 주도권을 확보하는 관건으로 보고 국가차원의 대응방향을 제시하고 있어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일본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인터넷 특허를 취득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9년 3월 현재 미국의 인터넷 관련 특허건수는 3754건, 일본은 307건으로 미국의 12분의 1 정도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일본기업이 인터넷 비즈니스를 전개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특허라는 지뢰밭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이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 예를들어 모바일 인터넷이나 모바일 전자상거래, 만화, 게임, 가라오케 등을 중심으로 인터넷 서비스 모델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특허를 대량으로 취득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둘째로 기술혁신이 급격하게 일어나고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기기가 계속 출현하는 IT분야에 있어서 경쟁력의 원천은 아이디어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이러한 아이디어가 곧바로 연구개발로 연결되어 상품화로 직결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략적인 아이디어나 기술에 대해서는 개발에서 실용화의 전체과정을 스피드 있게 지원하는 「종합적인 지원법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셋째로 인터넷이나 네트워크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나 마케팅 등 IT 관련특허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항상 관련 최신 정보를 개인이나 기업에 공개하고 IT 관련 특허전문가를 육성하는 것이 인터넷 산업의 경쟁력으로 직결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재구(컨텐츠코리아 본부장)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의 경우 사실 아이디어에 기초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디어란 자신만의 반짝하는 것도 있겠지만 개인별로 관점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미 나온 아이디어를 살펴보면, 비즈니스 모델 특허의 경우라 할지라도 또 다른 생각이 아이디어로 충분히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기본특허와 더불어 발생하는 개량특허의 개념으로 이해한다면 외국의 비즈니스 모델 특허에 그리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인터넷 비즈니스 제 1 원칙이 선도자의 원칙이라면 다른 사업자가 선도하는 분야를 참조하면서 또 다른 서비스 및 아이디어를 제시한다면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디어도 또 하나의 소프트웨어며 아이디어에 기초하는 모든 소프트웨어는 항상 후발주자가 유리할 수 있다는 논리도 적용이 가능하다. 자신 있게 우리의 아이디어를 특허로 연결시키는 자세가 필요하다. 콜럼버스의 달걀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특허 출원의 경우 「월마트」 상표권 분쟁에서 보았듯이 국가주의(국지주의) 성격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의 특허 관계의 경우 인터넷상에 웹사이트 오픈과 함께 이미 국경을 초월하기 때문에 기존의 특허와는 다른 초국가적인 성격이 있지 않나 생각되며 이와 관련된 대비가 필요하다. 만약에 여전히 국가주의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외국의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국내에서 출원해 시장을 방어하는 적극적인 행동도 검토돼야 한다.
국내 인터넷 벤처사업체의 경우 국내외 특허출원에 따른 현금 비용도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기술적인 특허보다 빈번히 발생되는 비즈니스 모델의 경우 방어적인 특허를 고려해 하나의 특허 출원을 위한 벤처펀드의 조성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반드시 정보통신 분야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편드의 조성 및 투자는 펀드의 운용을 긍정적으로 고려할 때 사업성에 근거하며 세계시장에서의 공격적인 비즈니스 특허의 기반을 다지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공석환(중앙국제법률특허사무소 변호사)
특허는 기본적으로 국가주의다. 문제는 글로벌 비즈니스라면 특허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한 나라에서 받은 특허를 다른 국가에서도 다 허용하자는 논의는 되고 있으나 이 경우에도 각 나라에 등록은 해야 한다. BM은 결국 아이디어기 때문에 생각해보면 우리 기업들에게도 가능성이 있다. 국내 벤처기업들도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특허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내년 벤처대란설이 있는데 도산한 벤처기업들도 BM특허는 남아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내년에는 이 특허권을 중심으로 한 인수합병(M&A)도 많아질 것이다. 특허청의 경우도 국내외 특허정보에 대해 즉각적인 제공에 애를 써줘야 한다.
▲서진구(코인텍 대표)
우리 회사도 몇건의 특허를 출원중이다. 사실 특허를 출원하면서도 과연 이것이 특허 대상이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쇼핑몰에서 제품을 디스플레이하는 방법들인데 일단은 대기업들이 많이 하고 있는 방어특허라는 측면에서 출원을 하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영업방법, 방식에 대한 특허는 사실 무궁무진한데 사회적으로 비용낭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경우에도 리처드 스톨먼이 BM특허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고 국내에서도 진보 네트워크 등 몇몇 단체에서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최근 언론에서 주식거래 방식의 쇼핑몰을 둘러싸고 BM특허 분쟁이 발생했다고 이슈화한 적이 있는데 사실 흔한 아이디어에 불과한 것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분쟁이 일고 있다. 이렇듯 본질적으로 아이디어에 특허를 부여한다는 것은 특허의 본질을 벗어난 것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이유로 개인적으로는 반대입장이지만 미국의 영향력 때문에 인정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개량특허나 크로스라이선싱을 적극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장세탁(리인터내셔널 상임고문)
사이트를 오픈하고 나면 특허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하는데 오프라인에서 벌이지고 있는 상행위가 단순히 인터넷으로 올라오는 경우는 신규성에 저촉된다고 본다.
▲유승화(아주대 정보통신대학원 교수)
국가적 전략이 필요할 것 같다. 오프라인 비즈니스에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특허맵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데 BM은 주로 소규모 벤처기업들과 관련된 것이어서 이들이 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특허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다. 이는 e비즈니스의 기본적인 인프라로 생각해야 하며 이는 정부에서 해줘야 할 것이다. 비용적인 측면에서 작은 벤처기업들이 스스로 해결하기가 어려운 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국제특허를 위한 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
▲한상기(벤처포트 대표)
벤처를 운영하는 기업인들도 특허전략과 관련된 마인드가 필요하다. 삼성 재직시절 제품을 개발하기 전에 국제특허를 확인하고 개발에 들어가곤 했는데 현재 벤처기업들의 경우 이러한 준비과정이 없어 특허분쟁에 말려들면 곤경에 처할 것이다. 벤처캐피털도 이러한 점을 감안해 특허전략에 신경써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역시 마인드다.
▲송관호(한국인터넷정보센터 사무총장)
인터넷은 매우 빠른 속도로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고 우리는 인터넷 강국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데 BM특허와 관련해 생각해보면 상당히 충격적이다. 이미 미국이 BM특허를 선점한 상황인데다 대세라고 한다면 속도와 글로벌 전장인 인터넷에서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할 것이다. 우선은 기업간 정보공유가 시급할 것 같다. 벤처기업들에게는 특허비용도 무시못할 것이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 BM특허를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BM특허를 20년간 인정해 준다는 것이 인터넷 사회에서 과연 가능한가 하는 의문이 강하게 든다. 미국 이외의 국가들과 연계해 대처하는 방안도 필요할 것 같다.
▲공석호
특허 보호기간을 20년에서 줄이는 문제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미국의 경우 특허와 관련해서는 거의 독불장군이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특허를 인정해 줬을 때도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대세로 굳어져 버렸다. 국내 기업들은 우선 국내에서라도 적극적으로 특허출원에 나서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장세탁
현실적으로 국내 기업들이 아직은 특허에 적극적이지 않다. 앞으로 특허문제로 문닫는 업체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국가차원에서 또 언론에서도 이에 대한 시급성을 지적해줘야 할 것이다.
▲김홍선(시큐어소프트 대표)
특허는 좋은 기술이 공개됨으로써 전체적으로는 시너지 효과를 내자는 취지로 해석돼 왔는데 그런 기본취지가 많이 변질됐다. BM특허와 관련해 인터넷 기업들은 인정 자체에 냉소적이다. 그러나 쓸데 없는 비용 지출이라는 생각 속에서도 어쩔 수 없이 하는 상황이다. 아무 일도 안하면서 특허만 내는 기업도 있다고 들었다. 현실적으로 국내의 법률서비스도 문제다. 정보기술을 이해하는 법률전문가가 너무 부족하다.
▲이남희(호남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BM특허는 일종의 애플리케이션인데 이는 표준화 문제와도 상충될 것 같다. 국제적으로 수많은 아이디어가 소프트웨어로 구현될 텐데 이렇게 되면 너무 미국 중심으로 가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를 그냥 방치할 것이 아니라 우리와 입장이 비슷한 국가들과 연계해 하나의 블록을 구성하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다.
▲성규영(에어아이 대표)
BM특허 3개를 출원중인데 사실 고민도 많다. 현재 매월 300여건이 출원되고 있다는데 어떤 것이 출원중인지 알 수가 없어 우리가 출원한 것이 등록이 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출원 성공확률이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 없고 그래서 고민이다. 공격적인 특허전략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성공확률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벤처입장에서는 특허비용도 만만치가 않다.
▲오창호(한신대 경영학과 교수)
아마도 BM특허 인정과 관련해서는 공정성 문제가 클 것이다. 대세라고 해서 무조건 따라가기 전에 사회적인 득과 실을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남희 교수 말대로 국가간 블록을 구성하거나 국제기구를 활용하는 적극적인 활동도 필요할 것이다.
▲백만기(김앤장 특허법률사무소)
출원중인 특허는 법적으로 공개할 수가 없다. 역사적으로 주요 산업이 태동될 때마다 특허 논란이 있어왔다. 100년 전에는 농업과 관련해서는 특허 인정이 안 된다는 주장이 강했다. 20년 전만해도 의약품 관련특허는 안 된다고 했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대세를 거스를 수 없었다. 최근 BM특허와 관련해서도 찬반 논란이 팽팽한데 특허청에서도 계속 고민중이지만 만만치가 않은 모양이다. 이런 미래모임을 통해서 계속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더 깊은 논의를 이끌어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리=김상범기자 sb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