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트북 특허공세" 의미

삼성전자가 첨단 메커니즘 기술이 요구되는 노트북컴퓨터와 관련해 일본과 대만업체를 대상으로 특허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은 국내 IT산업계에서 그동안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국내 컴퓨터업체들은 특허문제에서 대부분 수세적인 입장에서 외국업체들의 특허공세를 어떻게 막아낼 것인지에 매달려 왔다.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도 외국업체로부터 로열티를 받는다는 적극적인 공세보다는 크로스라이선싱 등을 통해 자신들의 피해를 줄이는데에만 급급했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외국업체들이 자신의 특허를 침해한 것에 대해 강력히 대응키로 한 것은 이제 노트북컴퓨터 분야에서 만큼은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서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계기로 국내 노트북컴퓨터산업이 세계 최대의 생산기지인 대만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이번 삼성전자의 특허공세는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배경=삼성전자는 컴퓨터와 관련해 한국특허 700여건, 미국특허 400여건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이나 대만, 중국, 유럽 등에서도 많은 특허권을 확보하고 있다. 그만큼 컴퓨터부문에서는 기술적으로 선진국들과 견줄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는 자신감이 이번 특허공세의 배경이 됐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지난달 윤종용 부회장이 『특허를 갖고 있어도 제대로 활용치 못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본격적으로 특허공세에 힘이 실리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갈수록 세계 노트북컴퓨터시장에서 입지가 강화되고 있는 대만업체들의 기반을 위축시키겠다는 장기적인 포석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인터넷노트북컴퓨터의 대부분이 대만에서 OEM으로 공급돼 안방시장마저도 대만업체들에 내주어야한다는 위기감이 특허공세를 가속화한 직접적인 배경이 된 듯하다.

◇특허내용=이번에 문제로 제기된 삼성전자의 12건의 특허는 노트북컴퓨터를 생산하는데 필수적인 기술들이다.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100여건의 컴퓨터 관련 특허 중 핵심만을 뽑은 것으로 모두 미국에 등록된 특허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이유로 이번에 특허침해를 제기한 업체들이 협상에 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는 것 같다.

12건의 특허내용은 전원절감(미국특허 5588054), CPU 모듈 컴퓨터시스템(5678011), 듀얼 배터리(5744937), 팩스 모뎀 버퍼 메모리(5228128), D램 리플래시(4503525), 캐시 아키텍처(4685082), 멀티유저 리소스 프로그램(5369778), 스플릿 스크린 소프트웨어(5031119), 확장유닛(5133076), 필기체인식(5157737), 전원절감(5163153), 인터럽트 서비스 라인(5333273) 관련 기술 등이다.

◇영향 및 전망=삼성전자는 대만이나 일본업체들뿐 아니라 앞으로 전세계 노트북컴퓨터 생산 및 판매업체에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국내외 업체를 비롯해 외국업체들은 노트북컴퓨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와 별도로 특허사용을 위한 협상을 벌여야 한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협상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이번 특허공세가 다른 노트북컴퓨터 업체들이 제품생산을 중단토록 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전한다. 삼성전자의 특허를 사용했으면 정당하게 이에 따른 대가를 지불토록 하기 위한 것이 최우선 목표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대상이 된 대만과 일본업체들이 노트북컴퓨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와 협상을 벌여야 하며 로열티를 삼성전자측에 지급해야 한다.

더구나 특허는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판매업체도 해당돼 판매업체가 특허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체로부터 특허문제를 해결했다는 보증서를 받아야만 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생산과 영업을 위해서는 반드시 특허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재 대만업체들의 연간 생산량이 1000만대를 넘어서 대당 10달러 수준에 타결된다면 삼성전자는 연간 1억달러 정도의 로열티를 거둬 들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는 대대적인 특허공세로 로열티확보라는 직접적인 이득을 취할 수 있음은 물론 세계적인 노트북컴퓨터 전문업체라는 기업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부가가치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또 상대적으로 대만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킴으로써 세계 노트북컴퓨터시장에서 대만업체들을 넘어설 수 있는 기회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국내다. 삼성전자는 이번 특허공세의 직접적인 배경이 국내에 대량 유입되고 있는 대만산 노트북컴퓨터를 겨냥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굳이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특히 인터넷노트북컴퓨터를 생산하고 있는 대만의 클래버에 대해서는 반드시 특허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수 있다.

최근 인터넷노트북컴퓨터를 공동으로 판매하기 위한 컨소시엄에 일부 업체들이 참가를 거부한 것도 이같은 삼성전자의 특허공세가 원인이 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시장을 발판으로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이번 삼성전자의 특허공세가 당초 목표대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지 국내 컴퓨터업계의 최대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