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뉴트랜드>에스넷 박효대 사장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최근 네트워크통합(NI) 업체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되면서 본격적인 거래에 들어간 에스넷의 박효대 사장(46)은 대기업도 아니고 벤처기업도 아닌 신생기업을 가장 잘 융합시킨 조율사다.

또한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을 거쳤고 엔지니어 경력까지 갖춘 그는 이를 기반으로 디지털경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해 이에 대처하는 스피드경영자로 꼽힐 만하다. 이러한 경험은 그의 독특한 기업문화 철학과 결합하면서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은 에스넷이란 신생 NI 기업을 동종업계의 가장 유망한 기업 반열에 올려 놓았다.

이 회사의 성격을 보면 우선 전직원 160명 가운데 100명에 이르는 엔지니어의 대부분이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출신의 기술자들이다.

박 사장의 조율사적 능력은 이처럼 대기업도 아니고 벤처기업도 아닌 어중간한 기업의 색깔 바꾸기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데에서부터 살펴볼 수 있다.

『솔직히 처음에 삼성전자에서 분사하면서 직원들의 능력과 프라이드는 그 어느 회사보다도 탁월한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광속경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디지털경제 시대에 걸맞은 빠른 의견수렴과 이에 대한 조직의 순응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공학박사 출신인 그답게 디지털시대 경영의 본질이 스피드에 있음을 간파한 그는 회사설립 2개월만인 지난해 4월에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 도입을 결정하고 그로부터 4개월만에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그러나 그는 『ERP는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기초일 뿐』 이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신생기업으로서 산업흐름에 대한 적응성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이러한 최소한의 기초가 기업설립 반년만에 도입, 운용되면서 이 기업은 지난해 500억원의 매출과 40억원의 이익을 창출했다. 그리고 올해 1000억원의 매출에 100억원의 이익을 바라보고 있다.

그의 독특한 기업문화 철학도 스피드 경영시대의 경영자들로서는 음미할 만한 대목이다.

미국에서 생활할 때 기업에 헬스클럽을 두면서 직원들의 사기진작에 힘쓰는 기업의 이미지가 강하게 각인된 것도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그는 요즘 이에 그치지 않고 두뇌기반의 기업인 에스넷을 보다 더 지식집약적인 기업체로 키우는데 힘을 쏟고 있다.

실력제일주의를 선언한 그는 부의 분배도 중요하지만 사원들의 지식기반을 넓히는 것 또한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곧 기업의 생존뿐만 아니라 성장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라는 그의 믿음때문이다. 직원의 지식기반을 넓히는데 눈을 돌린 그는 최근 개발 및 영업실적에 따른 안식년제와 해외연수지원제도를 도입해 이사회에서 이를 결정하는 보상 제도도 마련했다.

이는 우수사원에게 3∼4개월의 안식을 주거나 해외에서 공부를 하려는 직원에게 수업료를 전액 지원하는 제도다. 또 이러한 결과는 인센티브로 연봉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있다.

박 사장은 이러한 경영방식을 특별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다만 외부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내부의 변화를 통해 기업 및 산업의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으로 여기고 있다.

에스넷은 곧 경영원칙인 공평한 분배, 실질적 지식, 유연한 조직, 총체적 지식시스템을 뜻하는 FAST(Fair Rewarding, Aactual Learning, Soft Organization, Total Knowledge System)를 내세운 FAST2000선포식을 갖고 이를 구체화하였다.

박 사장의 이러한 경영방식은 「세계화」와 「스피드」로 요약되는 디지털경제시대에 가장 적합한 경영모델 가운데 하나로 이미 그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에스넷은 최근 코스닥심사위원회에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서 설립 1년여만의 기업으로는 드물게 당당히 코스닥에 입성했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