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급락 배경과 전망

주식시장이 올 들어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27일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은 올 들어 최저 수준인 692.07, 157.52를 기록했다.

증시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투신권 구조조정과 나스닥시장 하락에 따른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외국인과 기관, 개인투자자 등 모든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전날 현대투자신탁의 투자손실에 대한 현대측 부담에 대한 불안감이 정부의 자금투입 의지가 전해진 이날에도 해소되지 않아 장세불안을 부채질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의 뉴욕증시와 나스닥시장이 금리인상 우려로 인해 동반 약세로 돌아선 것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 동향=외국인들은 27일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모두 매도세로 돌아서 각각 2279억원과 95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날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은 5468억원을 매도하고 3188억원을 매수했으며 코스닥시장에서는 181억원을 매도하고 85억원을 매수했다.

지난 26일 매수세로 돌아섰던 외국인들이 하루만에 매도세로 전환한 것은 미국 1·4분기 국내총생산(GDP) 및 고용비용지수가 높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면서 손절매(Stop Loss)를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GDP와 고용비용지수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오는 5월 16일 개최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상하게 된다. 실제로 기계설비 등의 매매동향을 보여주는 「3월 내구재 주문액」이 높게 발표되면서 금리인상 가능성이 제기됐다.

동양증권 김주형 애널리스트는 『27일 외국인 매도세는 현대그룹과 관련된 수급불안과 경계심리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매수세는 형성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그러나 미국 주요 지표 발표에서 경기과열 조짐이 나타나 금리인상 가능성도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기관 동향=기관은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임에 따라 이날 3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소폭 순매수했다. 하지만 이들 기관은 이달 들어서만 1조5000억원 정도를 순매도하는 등 가장 큰 매도세력으로 자리잡아왔다. 이러한 기관의 매도추세와 관련, 증시 관계자들은 투신의 구조조정 진행과 지난해 불기 시작한 뮤추얼펀드 및 주식형 수익증권의 만기도래가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한투신 송권표 과장은 『투신의 구조조정과 관련해 자금운용이 제한적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며 『지난해 엄청난 규모로 늘어났던 뮤추얼펀드와 주식형 수익증권의 만기가 이달에 집중돼 주가가 약세를 보인데다 재투자가 되지 못하고 환매요청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망=향후 증시전망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삼성증권 전상필 주임연구원은 『현재로선 투신권 구조조정 문제가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명쾌한 해결구도가 제시돼 주식시장에 반영되기 전까지는 투자심리 안정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외국인들도 최근의 돌발악재 때문에 일시적인 매도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남아 있어 투신권 정리문제의 윤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코스닥시장에 대해 동부증권 장영수 연구원은 『시장 주도주의 실종과 과다한 유무상증자로 인한 수급부담 때문에 당분간 코스닥이 활로를 뚫기는 힘들 것 같다』면서 『당분간 지수 160선 지지 여부가 시장의 추가 하락을 방지할 수 있느냐의 최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서울증권 김장완 연구원은 『수급상 불안한 장세에서 투신을 포함한 기관들도 적극적 매수를 하며 총대를 메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하지만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이 각각 700선과 160선이 붕괴돼 기관과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저가 매수세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