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는 우리가 일방적으로 일본으로부터 기술과 자본을 받아들이는 입장이었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일본과 대등한 수준에서 일본을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을 안다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 http://www.sec.co.kr)는 최근 전국의 대리점 사장 100명을 선발해 4차에 걸쳐 2박3일 일정으로 「일본 디지털유통 견학」을 실시했다. 이번 일본 디지털유통 견학은 우리보다 한발 앞서 나가고 있는 일본의 시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함으로써 우리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자는 차원에서 기획된 것이었다.
『많은 것을 보았지만 뭐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번 견학을 통해 본 것들을 한국으로 돌아가 차분히 정리해 보고 매장진열과 판매기법 등에 활용해 볼 생각입니다.』
일본 유통시장을 함께 둘러본 한 대리점 사장의 말이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일부 대리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대리점 사장들조차 디지털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비전을 갖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견학은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지금 일본에선 대형 전자양판점의 시장 선점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10여년간 계속되고 있는 불경기로 전체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전자대리점의 영향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최근 「대점법(점포 규모를 제한하는 법)」의 폐지로 수천평 규모의 대형 양판점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또 그동안 자신의 영역을 고수해 왔던 양판점들이 서로의 영역을 침공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는 등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유통형태별 전자제품의 판매비중을 보면 한마디로 대리점의 퇴조와 대형 양판점의 약진을 들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과 흡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98년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대리점 비중은 20.8%였으나 양판점은 45.6%로 전체 시장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일본의 전자유통시장에서 양판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94년 34.9%에서 5년 만에 10.7%포인트 증가한 반면 대리점은 25.9%에서 5.1%포인트 감소, 대조를 보이고 있다.
대점법의 폐지는 그동안 일정 규모로 묶여왔던 매장면적을 완전 자율에 맡김에 따라 양판점의 덩치 불리기 경쟁에 불을 붙였다.
베스트전기가 4000평 규모의 히로시마 본점을 개설한 데 이어 코지마·야마다 등도 단일층 면적이 1000평을 넘는 대형 매장을 경쟁적으로 개설하고 있다.
양판점의 대형화와 함께 지역파괴도 일본 전자유통시장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의 양판점은 우리나라와 달리 수십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지난 30년에 설립된 라옥스는 70년이 넘었으며 데오데오·베스트전기 등도 47년과 53년에 각각 설립된 양판점이다.
이들 양판점은 고유의 지역이 있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영역을 파괴하는 공격적이 마케팅이 도입되면서 양판점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삼성전자 일본 주재원인 이용호 과장은 『지금의 일본 전자유통시장은 한마디로 전국시대라고 할 수 있다』며 『그동안 지역별로 활동해 오던 양판점들이 일본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8년의 양판점별 매출을 보면 코지마가 3664억엔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베스트전기가 2646억엔의 매출을 올렸으며 야마다·조우신·데오데오·라옥스·마즈야전기·에이덴·소프맵·미도리전화 등의 순으로 1위부터 10위까지를 형성하고 있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